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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형신탁 장려' 은성수 발언은 희망고문"
신탁 공·사모 구분 불가…은행들, 공모형에 'ELT' 편입·출구방안 동시 모색
2019-11-24 12:00:00 2019-11-24 12: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공모형신탁 장려" 발언이 은행들을 희망고문하는 데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은 위원장이 "분리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듯, 신탁은 공·사모 구분이 없다. 은행들은 규제를 피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한편 신탁 시장 축소를 감안한 출구전략까지 모색하고 나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대책으로 당국이 내놓은 고강도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고난도 사모펀드처럼 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신탁에 대해 당국이 판매금지 방침을 정하면서 40조가 넘는 신탁 시장을 잃을 위기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성수 위원장께서 공모형 신탁은 허용하겠다고 말씀하셨으나 당국에서는 공모 신탁 판매에 대한 입장이나 범위 등 지침이 아직까진 없다"면서 "현재로선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을 품은 주가연계신탁(ELT)을 대안으로 유일하게 꼽으나 이를 공모형으로 분류가 가능한지는 상황을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탁은 기본적으로 은행과 투자자 개인 간 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상품이라 굳이 구분을 하자면 사모로 해석한다. ELS는 대부분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를 웃돈다는 점에서 금융위가 발표한 대책대로라면 ELS를 담은 ELT는 은행 취급이 불가능하다. 
 
은행이 판매한 ELT 시장은 40조원 수준으로 은행권 신탁 잔액 중 90% 이상을 차지한다. 통상 은행은 판매금액의 1%를 수수료로 받고 있어 개선방안이 원안대로 적용된다면 4000억원의 수익을 놓친다. 사실상 신탁을 취급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돼 은행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보다 ELS를 공모 신탁으로 분류코자 혈안이 된 상태다.   
 
이에 은 위원장은 규제 완화 가능성을 담은 발언으로 은행 달래기에 나섰지만 원안 수정은 전망이 어둡다. 당국은 은행이 취급하는 상품 중 50조원 규모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했고 이들 중 다수가 신탁으로 판매된다고 판단했다. 이를 고친다면 그 규모가 대폭 줄어 은행의 입김에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가 밀렸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국은 별다른 의견이나 지침 제시 없이 은행연합회에 정리된 업권의 의견을 살피겠다며 한 발짝 발을 물러선 상태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해 수렴기간 동안 계속해 건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부 은행들은 내년도 사업안 결정을 앞두고 있어 시장 축소를 고려해 이미 주요 자산관리 조직과 신탁 조직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서둘러 은행들의 입장과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라며 "정식 의견수렴 기간과 절차가 남았기에 그 기한 내에는 계속해 당국에 의견을 개진해 볼 방침이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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