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예비역 육군 대장)의 막말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의 무분별한 장군 출신 영입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정치권은 그동안 전직 군인을 공천해 안보분야 역량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총선에서 상비군 58만여명과 그 가족, 예비군까지 포함해 400여만명에 육박하는 표심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 군 출신 인사들의 국회 성적표는 좋지 않다. 국방개혁이나 정책에 대한 성과는 미미하고 대부분 '군퓰리즘(군대+포퓰리즘)'으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사령관은 어떤 식으로든 보수우파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 박 전 사령관을 '귀한 분'이라면서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건 자유한국당이다. 최근엔 우리공화당에서 인재영입을 제안했다는 말도 나온다. 두 당이 그에게 구애를 보낸 건 문재인정부의 국방개혁2020과 안보 불안을 문제 삼을 수 있어서다. 그는 그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반대했고 "군이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안보정당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선 그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문제나 러시아와 중국 등 인접국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사건 등에 대응하려면 안보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정의당도 4일 이병록 예비역 제독(준장)의 입당 소식을 전했다.
10월18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제주해군기지 현장시찰에 나서 정박 중인 독도함을 둘러본 후 본부로 향하고 있다. 2007년 취역한 독도함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상륙함이다. 사진/뉴시스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선 군 출신을 안보전문가로 수혈했으나 이들의 의정활동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18대 국회 때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군 출신으로 권경석·김성회·김장수(비례)·정수성·한기호·황진하 의원이 당선됐다. 통합민주당에선 서종표 의원(비례)이, 자유선진당은 이진삼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19대 땐 새누리당에서 강창희·김근태·김성찬·김종태·손인춘(비례)·송영근(비례)·정수성·한기호·황진하 의원이 당선됐다. 민주통합당에선 민홍철·백군기(비례) 의원이 입성했다. 20대엔 여당인 민주당에서 민홍철 의원이, 한국당에선 김성찬·김종태·윤종필(비례)·이종명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선 김중로 의원(비례)이 당선됐다.
이들 중 국회 국방위원회 활동이나 입법으로 성과를 낸 의원은 드물다. 김성회 의원은 동료 의원과 난투극을 벌이거나 국회 직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포병 출신인 황진하 의원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섬에 떨어진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칭하다가 웃음거리가 됐다. 이진삼 의원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청문회 때 국방장관과 배석한 군인들에게 군번줄을 찼느냐고 따지는 모습으로 논란이 됐다. 김근태 의원은 선거법 위반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송영근 의원은 군에서 여군 성폭행 문제가 터졌을 때 '하사 아가씨'라는 표현을 써 비난을 받았다. 백군기 의원도 20대 총선 공천 때 당에서 컷오프 대상자에 포함됐었다. 이종명 의원은 지난 2월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을 폄훼해 당으로부터 제명 징계를 받은 바 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선 군 출신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해 "과거 국회에선 장군까지 했으니 의원은 명예직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었다"며 "당에서도 오랜 시간 정치권 입성을 준비한 사람을 공천하기보다 네임밸류만 보고 일단 영입해 공천하다 보니 정무감각이 부족한 사람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당의 안보정책 마련에도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다. 여야 모두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안보에 대한 관심이 적고, 국회 국방위 기피현상도 크다는 분석이다. 의원들은 지역구 민원이나 예산을 챙기기 어려워 국방위 배정을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국회 국방위엔 차기 선거에 관심이 없는 의원들이 간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19대 전·후반기 국방위원 23명의 20대에서도 입성을 확인해보니 8명만 당선됐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의원들이 국방위를 안 가고 자주 인원이 바뀌면 당 정책이나 보좌진의 전문성도 결여될 수밖에 없다"며 "군 출신 의원들도 재선 이상은 드물어 선거 때 강조한 안보정당은 빛바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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