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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총력전’…미국 자동차 ‘관세폭탄’ 피할까
미 정부, 내달 14일 발표 시한…업계 “한국, 제외 가능성 높다”
트럼프 스타일·한국 연비기준 등 환경규제 강화는 변수 지적도
2019-10-21 06:00:00 2019-10-21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미국 정부가 내달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여부 발표를 앞두면서 국내 산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부터 산업계 관계자들에 이르기까지 미국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투자도 이같은 예상에 힘을 싣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과 관련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시한은 다음달 14일까지다. 앞서 미국 정부는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이 자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면서 최대 25% 고율관세 적용을 추진해왔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수입차의 국가안보 위협과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결정을 유보하면서 시한이 6개월 미뤄진 바 있다.   
 
미국의 발표가 임박하면서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설득을 벌였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자동차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돼야 한다”고 요청했고 므누신 장관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달 10일 20여명의 대미사절단과 미국을 방문하면서 이안 스테프 미국 상무부 부차관보 등 미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허 회장은 “최근 한국기업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고용창출을 하는 등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면서 “이 시기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는 양국 모두에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무역확장법 232조에 한국 제외를 요청했다. 사진/기획재정부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최근 미국 방문에서 캘리앤 쇼우 대통령 국제경제 보좌관 및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의장과 회동하면서 “미국이 자동차 232조 조치에서 한국을 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포함될 경우 미국도 결국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미 정부가 한국을 대상에 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도 “미국이 최근 중국, 일본과의 통상 협상에서 기존보다 유연한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함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이 지난 10일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자동차정책협회(AAPC)에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 질의하자 매트 브런트 AAPC 회장은 “미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EU나 일본 등을 대상으로 시장 개방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관세부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답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말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20억달러를 투자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미국에 총 40억달러 규모의 자율주행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빅뉴스’가 있다”면서 “이는 많은 달러와 일자리를 뜻하며, 훌륭한 일자리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내용을 남겼기 때문이다. 
 
반면, 안심해서는 안되며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예측불허의 행보를 보여왔기에 등 변수가 아직 남아있다”면서 “만약 국내 자동차 업체에 고율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브런트 AAPC 회장도 정만기 KAMA 회장에 “최근 한국 환경부가 새로운 연비기준 등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만약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면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와 연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만약 미국의 25% 관세 부과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의 미국 수출은 불가능해진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이 경우 향후 5년간 308억달러(약 36조원)의 대미 수출 손실, 30만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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