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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성회 "설문플랫폼으로 심층적 여론 파악…시민 목소리 듣겠다"
'SNS 소통 전문가'…"4000명 넘는 패널들 참여해 답변 분석"
"직접민주주의 실현 모델 완성 목표…진짜 여론 듣는 사람 되고 싶어"
2019-09-30 06:00:00 2019-09-30 08:48:3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성회 씽크와이(ThinkWhy) 정치연구소 소장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김 소장은 지난 7월 설문조사를 통해 민심을 파악하는 정치연구소를 열었다. 개소한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패널은 4000명을 넘었다. 그동안 국회의원 보좌관으로서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활약한 덕분이다. 종종 페이스북과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내비쳤고 이에 공감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김 소장 스스로 존재감을 키웠다. 이제 그의 목표는 '진짜 여론'을 듣는 것이다. 김 소장은 "현재 설문조사 방식을 더욱 발전시켜서 직접민주주의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아닌 정치연구소장으로 새 출발을 알린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을 지난 26일 국회에서 만났다. 손혜원 의원실에서다. 보좌관 활동은 종료했지만 여전히 손 의원과 사이가 돈독해보였다. 김 소장이 정치연구소를 열겠다고 처음 밝혔을때도 손 의원이 적극 응원해줬다고 한다. '씽크와이'라는 연구소 이름은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인 손 의원의 지적을 몇번 받은 이후 겨우 승낙을 얻어낼 수 있었다. 연구소 로고도 손 의원의 손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의원님이 선물로 연구소 로고를 주겠다고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보여주질 않는다"며 웃었다.
 
김성회 연구소장이 26일 국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진보·보수 양분 아닌 현안 중심 설문 주제 결정"
 
먼저 의원실을 나와 연구소를 열게된 배경을 물었다. 김 소장은 "모든 국민의 여론이 온라인으로 올라오는 시대다. 온라인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저런 내용들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했다"며 "정치권에서 실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필요가 있어서 연구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여론조사 형태는 여론 척도를 파악하는데 주어진 문항 안에서만 대답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으로 살표보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설문을 주관식으로 해서 묻고 거기서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이 연구하는 설문 방식은 기존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주관식으로 물어보면 좀 더 심층적인 민심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2000개의 답변이 들어오면 그 중에 300개의 샘플을 무작위로 추출해서 그 사람들의 답변을 패턴으로 정리한다. 그러면 보통 10개에서 20개 정도 패턴이 나온다"며 "20개 패턴에 대해서 답변이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놓고 저희가 비율로 도출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설문조사 방식의 여론수렴을 위해 현재 4000명이 넘는 패널들을 확보했다. 4000명이 넘는 패널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질문지를 받고 정치연구소에서 그 자료를 수거해서 분석하는 방식이다. 김 소장은 "기본적인 골격을 저희가 분석하고 퍼실리테이터를 전문으로 하는 여론조사 회사에 2000개 중 300개 정도를 샘플로 전달해서 분석하고 있다"며 "보고서를 2주에 한번씩 내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주제는 주로 진보, 보수로 나뉘지 않는 현안들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예를 들면 저출산 문제와 세대간 갈등, 공공기관 개혁 등에 관한 문제는 진보, 보수를 따질 필요가 없는 질문"이라며 "진보, 보수로 따질 것 없이 할 수 있는 답변들을 주로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2주에 한번씩 설문을 하기 때문에 주요 정치권 현안에 대해 묻게 된다"며 "최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기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개혁 방향 등에 대한 설문조사 계획도 갖고 있다.
 
씽크와이 정치연구소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처
 
"사법·검찰개혁에 동의하는 사람들 늘어나"
 
최근 연구소 결과보고서에서는 개혁이 필요한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으로 국회, 사법부, 검찰순으로 꼽혔다. 이번 설문의 경우 조국 장관 지명 이전에 실시했던 조사이기 때문에 조국 장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올해 초 사법농단으로 판사들이 조사받는 과정을 보면서 사법개혁에 대한 필요성도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법원마저도 공정하지 않았구나라는 자각을 많이 한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사법부의 판사 판결은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판사의 판결이 거래가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불신과 공포가 커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개혁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치연구소장으로서 조국 장관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물었다. 김 소장은 우선 "조국 장관에 대해서 실망하고 돌아선 청년세대들과 문 대통령이 잘 한다고 생각했던 중도층의 민심 이반이 드러났다"며 "거기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의 수시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중인 기밀을 특정 언론사에 흘리고 그것이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서 보도되는 형태 자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때문에 조국 장관에게 등을 돌렸던 사람들 조차도 검찰은 개혁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회 연구소장(왼쪽)이 지난 7월 손혜원TV에 출연해 손혜원 의원과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회 소장 제공
 
"설문조사 결과 보며 조금 더 객관화된 시각 생겨"
 
김 소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에서 정치연구소장으로 직함은 바뀌었지만 정치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연구소 일을 하며 보좌관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공부도 많이 된다고 한다. 그는 "설문조사의 구체적 답변들을 읽어보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보니까 제가 제 진영에서 생각하는 방식들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려는 생각도 생긴다. 저에게는 공부가 많이 되고 있다"고 했다.
 
향후 목표는 현재 설문조사 방식의 여론조사를 더욱 발전시켜서 직접민주주의에 한발짝 다가가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아직 지역구는 정하지 않았지만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일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서 이런 부분이 저에게는 큰 보람"이라며 "지금은 진짜 여론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막상 해보니 이렇게 해서 여론을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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