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집값 잡지 못한 오답노트
2026-09-11 06:00:00 2026-09-11 06:00:00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이 쉴 새 없이 나왔다. 지난해 6·27 대책에서 대출을 조였고, 9·7 대책에서는 수도권 135만호 공급을 내놨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지난달 세제개편안을 발표했고 곧이어 8·13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23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고 기존 공급 계획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부동산을 잡겠다며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꺼낸 셈이다. 그런데 시장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아파트값은 전고점을 넘어섰고 전세와 월세 부담도 커졌다. 매매를 어렵게 만들자 전세로 수요가 옮겨 갔고, 전세 물건이 줄면서 월세 부담이 커졌다. 서울에서 길이 막힌 수요는 경기로 빠져나갔다. 전세 품귀에 30대의 생애 첫 집 구매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지난달 마지막 주까지 82주 연속 올랐다. 문재인정부 때 기록한 역대 최장 상승 기간인 85주에 불과 3주 차로 다가선 것이다. 게다가 누적 상승률(16.93%)은 당시의 2배를 넘어 집값 오름세가 훨씬 가파른 모습이다.
 
정부로서는 답답할 만하다. 규제가 없었다면 집값이 더 올랐을 것이고, 공급 대책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규제와 공급 정책을 동시에 해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이 안일했다. 대출한도를 줄이고 거래를 묶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 주택은 부지를 정하고 인허가를 거쳐 착공한 뒤 입주까지 최소 수년이 걸린다. 정부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시장이 먼저 받아드는 것은 공급이 아니라 규제인 셈이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에 끌어내겠다고 보유와 금융을 압박한다고 해서 집주인이 반드시 집을 팔지는 않는다. 기다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선택도 있다. 임대 물량이 줄면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월세 부담이 커진다. ‘다주택자를 잡으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계산이 시장에서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다. 
 
1가구 1주택 원칙도 다르지 않다. 시장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주택 한 채로 수요가 몰리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나타났다. 자산이 있는 사람에게는 갈아탈 기회가 있지만, 무주택자에게는 좋은 집이 더 멀어지는 결과로 작용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대책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빼놓고 공급을 말하기 어렵다. 재건축·재개발의 용적률과 높이 제한을 과감히 풀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걷어내야 한다. 민간의 자금과 사업 역량을 끌어내는 것도 공급을 앞당기는 현실적인 해답이다. 민간 임대시장 역시 공급의 한 축이라는 점도 명확히 받아 들여야 한다. 정책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