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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양자물리학’ 박해수 “엄청난 시나리오 두께에 놀랐다”
연극 활동-드라마 출연, 데뷔 후 첫 영화 주연…“감독님께 감사”
“그 사건 터지고 너무 놀랐고 속 시원했다. 우리 사회 바뀔 것”
2019-09-26 00:00:00 2019-09-26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배우에게 깜짝 놀란 두 가지. 우선 2030세대라면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속 과묵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4050세대라면 사극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속 카리스마 장군의 모습이 연상될 듯하다. 공통점은 두 작품 속 모두 과묵하고 남성적이며 말수가 적다. 하지만 실제 그의 성격은 유쾌하고 즐겁다. 두 가지 중 나머지 하나는 의외로 나이가 어리단 것.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의 노안 외모와 달리 실제 나이는 1981년생. 현재는 달달한 신혼을 즐기고 있다. 배우 박해수가 주인공이다. 데뷔 이후 강렬한 배역과 존재감 강한 조연급으로 활동해 온 그가 첫 영화 주연작 양자물리학을 통해 제대로 판을 벌렸다. 무표정한 얼굴에선 무서움까지 느껴지지만 실제 그의 성격은 양자물리학속 주인공 이찬우를 빼다 박았다. 두 가지 외에 더 놀라운 것 하나는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연기파란 것. 어느 날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벼락스타가 아니었다.
 
배우 박해수.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수는 데뷔 이후 첫 스크린 주연작을 선보인 단 것에 많은 긴장을 했다. 영화 속의 유쾌하고 까불거리는 모습은 실제로도 자신과 많이 닮아 있단다. 자신을 대중들에게 알리게 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크게 성공했지만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배우라며 자신을 낮춘다. 그래서 스크린 첫 주연에 대한 부담도 크단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후 주변 반응들은 정말 많이 달라졌죠. 그런데 전 그 이전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아요. 이렇게 좋은 작품 섭외가 올 땐 너무도 감사하죠. 더군다나 제가 그렇게 유명한 배우도 아닌데 절 주연으로 써주신 건 사실 저도 놀랐어요. 감독님이 캐스팅에 확고한 기준이 있으셨대요.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연극배우 출신들로 채우겠다고. 참고로 감독님은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안보셨대요. 하하하.”
 
진짜 놀랐던 건 그가 실제로 양자물리학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인터넷 동영상과 책 등을 찾아 보고 있던 시기에 이 영화의 출연 제의가 왔다. 본인도 놀랐다며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생기게 됐다고 웃었다. 본인의 관심사가 연결된 내용이다 보니 엄청난 두께의 시나리오도 속도감 있게 읽혀 나갔다고.
 
배우 박해수.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우선 제가 관심이 있었지 학문적으로 깊게 알진 못해요(웃음). 그냥 인터넷 동영상을 보니 되게 재미있게 설명이 돼 있어서 관심을 갖고 있었죠. 그리고 출연 결정이 난 뒤 주변에서 양자물리학관련 책을 엄청 사주시더라고요. 하하하. 이게 마블 앤트맨에서 처음 언급이 됐던 것 같은데, 전 참고로 앤트맨을 아직도 못봤습니다(웃음). 그리고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그 두께에 정말 놀랐죠. 하하하.”
 
박해수가 언급한 그 두께는 영화 속 인물들의 대사 열전으로 이어지는 답변이다. 영화 양자물리학속 캐릭터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엄청난 대사량을 자랑한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에 듣는 맛이 있고, 배우들의 연기에 보는 맛까지 더한다. 영화는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쾌감은 듣는 맛도 강하다. 엄청난 대사량을 무리 없이 소화한 비결까지 있었다.
 
하하하, 이만했나(손으로 두께를 나타내며). 시나리오를 받고 읽어 나가는 데 엄청났죠(웃음). ‘이걸 외워야 돼?’ 할 정도로 많았으니. 근데 제가 본판이 연극이라 대사 외우는 건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촬영 두 달 전부터 시나리오를 받아서 계속 리딩을 했고. 본 촬영에 들어가선 다른 배우들 대사까지 머리에 남게 됐죠. 근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감독님이 너무 대사의 맛을 잘 살려 주셨어요. 입에 감기는 텍스트들이 있는데, 이 영화 시나리오가 딱 그랬어요.”
 
배우 박해수.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엄청난 대사량에 데뷔 첫 스크린 주연이란 부담감이 컸을 법했다. 하지만 하나 둘 부담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박해수의 부담을 지워 준 점은 또 있었다. 이미 생각은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에 푹 빠진 이찬우가 된 박해수에게 정말 믿기 힘든 결과들이 연이어 쏟아졌단 점이다. 친형제나 다름없는 동료와 연극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선배 배우가 함께 하게 됐다.
 
영화에서 제 오른팔로 나오는 김상수 이사를 연기한 임철수 배우. 저하고 10년 룸메이트에요. 너무 놀랐죠. 그리고 너무 반가웠죠. 대학 후배이기도 해요. 대학 때부터 연극도 같이 한 게 스무 작품은 되요. 심지어 제가 제대할 때 저희 내무반으로 임철수 배우가 이등병으로 오기도 했어요. 너무 신기한 인연이죠. 그냥 지금은 친형제에요. 거기에 양윤식 검사로 나오는 이창훈 형은 대학로 시절부터 워낙 친한 형이에요. 그 형이 제가 캐스팅됐단 사실을 저보다 먼저 알았대요(웃음). 그 형이 감독님 단편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경험이 있어요. 뭐 어찌됐든 그래서 현장에선 너무 친한 분들만 있어서 마음도 정말 편했죠.”
 
박해수 본인부터 대선배인 변희봉 그리고 김응수, 상대역인 서예지 김상호. 여기에 여러 조연급 배우들이 이 한 작품에 총출동한다. 다소 조심스럽게 언급을 했지만 배우 각각의 이름값으로는 이른바 티켓 파워에서 상당히 밀리는 느낌도 컸다. 박해수도 충분히 공감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기력 측면에선 충무로 최강의 멤버들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그 지점에 대해 박해수는 더욱 큰 공감을 했다. 그는 특출 날 정도로 자신을 자극한 선배를 한 명 꼽기도 했다.
 
배우 박해수.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진짜 최고였죠. 제가 어디서 이런 대선배님들, 그리고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이런 쟁쟁한 분들과 함께 하겠어요. 정말 복 받은 거죠. 그럼에도 눈에 띄고 정말 많은 걸 배운 건 김응수 선배를 통해서였어요. 너무도 열려 있으셨어요. 모든 면에서요. 그리고 연기 톤에 감탄이 쏟아진 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 너무도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셔서, 각각의 상황에 맞게 생각지도 못한 연기를 즉흥적으로 내 보이세요. 진짜 다음 작품에서 또 함께 하고 싶은 선배세요.”
 
박해수는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 속 상황과 너무도 닮은 실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기도 했다. 그 사건이 공개되면서 박해수 역시 너무도 놀랐단다. 영화가 현실을 앞서가는 것이 아닌 현실이 영화를 넘어서는 모습에 소름도 끼치고 안타까움도 더 했다고. 이 같은 현실이지만 박해수는 본인만의 보폭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고 전했다.
 
배우 박해수.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주변에서 정말 많이 물어보세요. 그 사건이 터지고 저희 영화가 개봉을 해서 뭔가 연관성을 찾으실지도 모르겠는데. 저희 영화는 2016년에 시나리오가 쓰여진 걸로 알아요. 훨씬 전에 얘기가 만들어 졌는데 이렇게 직설적으로 현실에서 터져 버리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속시원한 면도 있어요. 영화를 떠나서 이런 불편한 현실을 거북스러워하실 분도 있지만 영화가 진실을 대변하는 창구가 되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판단과 평가는 관객분들의 몫이지만 보여 드리는 건 제작진과 배우의 몫이잖아요. 현실이 영화를 앞서가고 넘어가는 게 안타깝지만 조금씩 변해가겠죠. 좋은 파동이 있을 테니(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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