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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광대들’ 조진웅, 묵직한 그의 ‘광대짓’ 속 진심
“김주호 감독 ‘기발함’ 그리고 실제 실록 속 사건에 대한 창작 흥미”
“광대들의 진정성, 그들의 생각 행동 속에 담긴 진심 너무 끌렸다”
2019-08-26 16:28:14 2019-08-26 16:28:1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언제나 그는 묵직한 맛을 냈다. 우선 체격부터 묵직하다. 거구의 체구에서 나오는 배우 본연의 아우라가 진하다. 그 진함이 작품 속 연기와 캐릭터로 이어졌다. 그가 출연해 온 작품들을 살펴보면 항상 진한 사골 국물 같은 맛을 느끼게 해왔다. 그래서 배우 조진웅이란 이름 석자만으로도 무언가 세월의 강한 내공을 느끼게 해왔다. 따지고 보면 그의 연기 인생 자체가 지금의 강력한 내공을 느끼게 해온 원동력이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에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 지는 지점이다. 그 원동력은 조진웅에게 뚜렷한 배우적 그리고 연기적 가치관까지 더해줬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원동력은 될 수 없을지언정 미약한 시작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전해왔다. 그리고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예명으로 쓰고 있는 조진웅은 그 이름 석자에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통해서도 분명히 증명해 냈다.
 
배우 조진웅.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개봉 하루 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조진웅을 만났다. 데뷔 이후 꽤 많은 사극에 출연해 왔다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대 여섯 편은 훌쩍 넘었다. 이번 영화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던 팩션이다.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창작의 잣대를 더해서 만들어진 내용이다. 물론 창작이 들어갔다고 하지만 광대들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 사실이 꽤 놀랍기도 했다. 조진웅 역시 그 지점이 놀라웠단다.
 
놀라웠죠. 사실 실록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웃음). 그런데 광대들속에 등장한 신기한 현상들이 모두 실제로 세조 실록에 기록돼 있었다는 거에요. 그 내용의 이면에 어떤 사건이 있었을까. 거기까지 접근해서 영화적 창작을 더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더욱이 김주호 감독이잖아요. 전작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요. 굉장히 독특하고 기발한 설정들이 많았잖아요. 잘 만하면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나오겠다 싶었죠.”
 
영화는 광대들이 민심을 조작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조작이란 단어 자체가 우선 완벽하게 영화적이다. 거기에 광대들이다. 지금의 시대로 말하면 조진웅과 같은 배우들이다. 가짜를 연기해야 한다. 배우로서 광대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우선 가장 흥미로울 듯싶었다. 연기 자체가 가짜라면,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가짜를 더 가짜답게 만들어야 했다. 그 점에 대해 흥미로워했다.
 
배우 조진웅.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그것도 따지고 보면 맞는 말 같네요(웃음). 맞죠. 연기 자체가 거짓이니. 광대들이 영화에서 거짓을 진짜처럼 보이게 해야 했고. 그렇게 보이게 하려면 제가 연기한 덕호가 어떤 인물이냐를 잘 만들어야 했어요. 전 인물을 만들 때 어떤 이미지를 그려요. ‘독전에선 마른 장작을 떠올렸고, ‘공작에선 일방통행을 생각했죠. 이번에는 패딩턴이란 영화 속 을 떠올렸어요. 능청스럽기도 하면서 우악스럽고 때로는 재간둥이 같은. 그 속에서 어떤 성장을 담으려 했죠.”
 
곰 같은 묵직함으로 승부를 했지만 여우 같은 꾀로 세상을 뒤흔드는 모습은 영락없는 이다. ‘광대들자체가 사실 지금의 우리 사회에 상당히 맞닿아 있는 것도 있었다. 진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지 않고,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뉴스의 범람은 이 영화에서도 여지 없이 등장한다. 가짜 뉴스의 홍수는 사실 지금이 아니라 예전부터 우리 사회에 존재해 왔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게 뭐랄까. 조작을 통해서라도 민심을 잡고 싶어하는 검은 속내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마찬가지였구나 싶었죠. 우린 촛불을 통해 정의를 다시 세웠고 또 고쳤잖아요. 희망은 전 언제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이번 영화에 반영 돼 있다고 봤죠. 조작을 통해 보는 재미가 넘치는 영화이지만 그것에만 맞추려고 하진 않았어요.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는지에 대한 진정성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배우 조진웅.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굵직한 의미와 메시지가 담긴 영화이지만 사실 보는 재미도 상당히 큰 스토리였다. 우선 조작이란 단어에서 영화적인 엔터테인먼트가 반영돼 있어야 한다. 장르 역시 사극이다. 그 시대 속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적인 향연으로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어야 한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넘치고 또 등장한다. 조진웅 역시 그 점이 신기하고 새로웠다고.
 
시나리오 읽을 때는 정말 허무맹랑했죠. 이게 가능하다고? 싶었으니깐. 영화에도 등장하는 뜀박틀은 제가 알기론 저희 영화 만들 때는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헬스장에 무동력 런닝머신이 등장했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이게 말이 되네라고 저희도 놀랐죠. 지금은 피아노 줄을 사용하지만 영화에선 고래 힘줄을 사용해 사람이 날아 다니기도 하고. 진짜 김주호 감독이 상상력은 끝내주는 것 같아요. 하하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한 광대란 단어에 조진웅은 상당히 애착을 갖고 있는 듯했다. 사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그 단어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가장 미천한 직업이었던 광대.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또한 광대. 이런 광대로 살아가는 자신이 열심히 살다 보면 세상이 좀 더 밝게 빛나는 것에 조금은 힘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배우 조진웅.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광대’, 그런데 그 광대가 민심의 제일 앞에 선다는 설정이 너무 좋았죠. 이건 뭐랄까. 이유가 필요 없는 설정이었어요. 제가 왜? 란 이유를 달 필요가 없었죠. 사실 원래 제목은 조선공갈패였어요. 이 광대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또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접근을 하니 진정성이란 게 생기잖아요. 그 진정성에 진심까지 담겨 있으니 마음이 끌릴 수 밖에 없었죠. 영화에서도 그리고 현실에서도 광대인 나 조차 열심히 살다 보면 세상의 부조리가 조금은 바뀔 여지가 만들어 지지 않을까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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