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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공항서 발생하는 추악한 난민 인권침해"
난민단체 인권위 진정…폭행·건강 위협·변호사 접견 거부 등 인권침해 호소
2019-06-20 15:24:50 2019-06-20 18:32:26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 난민심사불회부결정을 받으며 지난해 7월 강제 출국한 난민 A씨는 곤봉 등으로 폭행을 당하고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이 울며 때리지 말라고 비는 자기 모습을 비웃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환승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비행기 안에서도 수갑을 차고 있어야 했다.
 
#. 지난해 8월 출국한 난민 B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10시간 동안 수갑을 차고 있었고, 한밤중에 따로 불려가 폭행을 당했다. 지난해 11월에 출국한 난민 C씨도 인천공항에서 폭행을 당하였으며 환승공항까지 수갑을 한 상태로 이동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울고 있었으며, 사건 이후 불면증을 호소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세계 인권의 날'인 20일 지난해 출입국항에서 난민심사불회부결정을 받은 난민들이 출국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날 출입국항 난민신청자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진정서에서 "공항의 깨끗함과 안락함 이면에 추악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반복적인 증언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서 공항은 유일한 출입통로이고, 모든 외국인이 거쳐가는 곳이다. 출신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살아 남겠다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한국의 문을 어렵게 두드렸는데, 한국은 이들을 입구에서부터 차단하고 돌려보내기 급급하다"며 "자유와 안전, 평화를 찾아 지구 다른 편 한국까지 목숨을 걸고 도착한 이들에게 우리는 절망과 무력감·모멸감·치욕·충격·공포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공항은 한국의 국경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영토 안에 있으므로 한국의 법과 질서가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난해 한국의 헌법과 법에 의하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공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들었다. 한두 번의 일탈로 묵인하기에는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마치 일상처럼 폭력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절대적 취약자인 아동들에 대한 인권도 공항 등에서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센터가 진정서를 통해 제시한 사례에는 공항에서 지내던 만 2세의 한 난민 아동이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해 발바닥이 가뭄에 마른 논처럼 갈라졌고 고열에 시달렸던 사례가 소개됐다. 아동뿐만 아니라 건강이 쇠약해진 여성들도 출국장에 방치되어 굶거나, 빵과 초콜릿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센터는 전했다. 
 
변호인 접견권도 무시되고 있었다. 난민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난민 E씨는 변호사 접견을 신청했으나 변호사와 만나기 전 송환됐다. E씨는 자신이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져 보내졌다고 주장했다. 구금된 난민신청자 F씨는 별도의 변호인 접견공간이 없어 출입국공무원 옆에서 면회해야 했다.
 
난민 여권을 빼앗는 관행도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됐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대부분 난민의 여권을 법무부와 항공사가 빼앗아 보관하고 있는데, 그 법적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이러한 위법한 관행이 난무하고 있다"며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난민도 변호인 접견권이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공항에서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공항은 한국의 헌법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난민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출입공항 난민신청자 인권침해에 대한 실태 고발 및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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