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정부와 여당이 지난 11일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공제대상 확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견기업계는 생산활동에 공여되는 기업재산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적인 부와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일반 재산 상속·이전과 구분해 봐야 한다면서 공제 대상과 한도 확대를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이 상속인에게 직접적으로 주어진다는 점을 들어 상속세 감면에 따른 경제적 성과 입증이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12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기업승계 활성화 토론회'의 주제 발표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70%의 상속세율을 부과하다가 2005년 상속증여세를 전면 폐지해 고용·재정 위기를 타개한 스웨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상속세율이 높아 다수 기업들이 기업 승계를 포기하거나 해외 이전을 추진하자 정부가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다"면서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해 주식이나 재산을 팔 때 세금을 받는 구조로 바꿨고, 오스트리아도 같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2014~2017년 가업상속공제제도 평균 활용 건수가 사후 상속 76건, 사전 증여 121건에 불과한 것은 과도한 적용 요건과 협소한 대상 기업 범위 탓"이라며 "공제 대상 기업을 대폭 확대하고, 공익재단과 신탁제도 등 다양한 승계방안 도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은 "기업승계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 영향도 있지만 조세지출에 대한 반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상속세로 세금을 걷어가서 세수입을 확보하는 것보다 상속세를 감면하거나 이연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성과가 크다는 점을 입증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12일 서울 마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기업승계 활성화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중견기업연합회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는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최대주주 할증편가제도 폐지, 가업상속공제 합리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 개선 등 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인사말에서 매출액 규모로 상속에 제한을 둔다면 어느 누가 기업을 키우겠느냐"며 전날 당정 개편안에 쓴소리를 했다.
강 회장은 "중견련 회장을 맡은 지 7년째인데, 최근 외국계 로펌 대표들이 자꾸 러브콜을 한다"며 "사모펀드들로부터 유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데, 우리 기업인들이 경영을 하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규모에 의한 차별화, 부의 대물림이란 부정적인 정서를 언제까지 가슴에 안고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며 대상 확대를 촉구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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