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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제로페이,'관치페이'일까 '성장통'일까
2019-04-11 06:00:00 2019-04-11 06:00:00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인기가 제로'여서 제로페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2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5억3000만원이었다. 이는 같은 달 전체 개인카드 결제금액인 51조의 0.001% 수준이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제로페이 가맹점이 시내 소상공인 업체 66만 곳 중 약 15%인 10만호를 돌파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의 실질적인 사용이 늘어날지는 알 수 없다.   
 
법 개정을 거쳐 올해부터 제로페이에 40%의 소득공제율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소득의 25%를 초과해 결제해야 한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두 지인에게 이 사실을 말하니 다들 "개별 결제액에 40% 공제율이 적용되는 줄 알았다"면서 "그만큼 돈을 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포인트 적립과 같은 부가서비스도 없으니 그냥 카드로 하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결제방식이 불편하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었다. 카드만 건네면 결제가 되는 것과 달리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앱을 열고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찍어 금액을 입력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은 튀김집에서 실수로 0을 하나 더 눌러서 1만원인데 10만원 입력하거나, 시연회에서 결제를 수차례 반복해 1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다. 
 
연 매출 3억원 미만의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아 실질 수수료율은 0.1~0.4%다. 이미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에서는 제로페이의 이점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 제로페이 결제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오히려 공공의 영역을 벗어나 민간 결제 사업자들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로페이 확대를 위한 공무원 과도 동원도 문제다. 제로페이 도입 초기 서울시는 자치구 공무원들에게 가맹점 모집을 할당하고, 특별교부금 300억원을 제로페이 실적과 연결해 25개 자치구에 차등 지급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박 시장은 공무원에 대한 제로페이 강제 할당 중단 약속을 지키고 실적평가를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많은 논란 속에서도 서울시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개선된 계산 방식과 가맹점 확대, 법인용 제로페이를 준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시는 올해 제로페이 홍보 예산으로 98억원을 책정했다. 제로페이가 '관치페이'인지 '성장통'인지는 현재 단계에서 쉽게 단언할 수 없으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라는 서양 경구처럼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한 번쯤은 돌아볼 시점인 것 같다.    
 
홍연 사회부 기자(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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