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공포 마케팅' 과열…당국 "엄정 제재" 예고
2025-12-05 13:41:26 2025-12-05 18:19:09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운전자보험 보장이 이달부터 축소된다는 소식에 소비자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공포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이용해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를 엄정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보험사들도 모든 보험설계사를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워 난감한 상황입니다. 
 
'보장 축소' 운전자보험'막차 가입' 유도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 비용 특약이 이달 중순부터 축소된 보장으로 개편될 전망입니다. 해당 특약은 교통사고로 인한 민·형사 소송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보장하는 담보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변호사 선임 비용 특약에 50% 자기부담률을 도입하도록 권고했으며 보험사들이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 특약은 운전자보험의 핵심 보장 중 하나입니다. 손해보험사들은 통상 3000만~5000만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변호사 수임료와 보장 금액 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습니다. 현재 교통사고 형사사건은 대부분 1심에서 종결되며 평균 수임료도 1000만~1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비용보다 약 2000만~35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보장액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운전자보험 전체 손해율도 함께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손보사(삼성화재(000810)·DB손해보험(005830)·현대해상(001450)·메리츠화재·KB손해보험)가 변호사 선임 비용 특약으로 지급한 보험금은 613억원으로 2021년(146억원) 대비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전체 손해율이 높아질수록 운전자보험의 보험료도 전반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달부터 변호사 선임 비용 특약에 자기부담률 50% 조항이 새로 적용되면서 비용의 절반가량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전망입니다. 기존의 '일괄 보장' 방식도 1심·2심·3심으로 나눠 심급별로 최대 500만원 수준의 한도도 설정됩니다. 여기에 자기부담까지 반영되면 실제 받을 수 있는 보장액은 최대 25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보장 축소 소식이 알려지자 영업 현장에서는 "지금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다", "보장 축소 전에 준비하라"는 식으로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보장이 줄어들면 보험료 역시 함께 인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개정 전·후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도 이를 정확히 안내하기보다 '보장 축소'만을 부각하는 방식의 홍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운전자보험 가입을 서두르라'는 막차 가입 유도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해 보장을 축소했지만 다른 부작용을 불러온 셈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떤 보장이 축소될 때마다 절판 마케팅이 보이고 있다"며 "보험사들도 방지를 위해 교육을 꾸준히 하고 모니터링도 늘리지만 모두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들은 설계사 말에 현혹되지 말고 개정 전후 장단점을 비교해 유리한 보험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당국 경고에도 매년 기승
 
금융당국은 업계의 절판 마케팅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전날 열린 '2025년 하반기 보험회사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22개 생명보험사와 17개 손해보험사의 감사 담당 임원들에게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를 즉시 중단할 것을 경고했습니다.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허위·과장 광고가 불완전판매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부담만 키운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금감원은 최근 방송·SNS뿐만 아니라 변호사나 인기 유튜버가 보험사와 협업해 과장된 내용을 담은 광고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조직과 업무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며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절판 마케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운전자보험 절판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실제로 2023년에도 자기부담금 신설 소식이 알려지자 절판 마케팅이 과열됐고, 2024년 말과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습니다. 운전자보험뿐 아니라 간병인 특약 등 건강보험 상품을 둘러싼 절판 마케팅 역시 업계의 오랜 골칫거리입니다.
 
시장 안팎에선 금융당국 경고에도 판매 창구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잖습니다. 더구나 이를 감시할 인력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절판 마케팅 관행 속에서 결국 소비자 스스로가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보험 판매 창구가 워낙 다양하고, 설계사도 많아 어떤 식으로 판매하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엔 역부족"이라며 "제일 안전한 방법은 소비자분들이 더 꼼꼼히 살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도로에서 영업용 차량과 개인택시 등이 달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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