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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진의 코넥스 줌인)몸속 세균으로 면역항암제 개발하는 '지놈앤컴퍼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제, 연내 FDA 임상 돌입 목표"
2019-04-04 00:00:00 2019-04-04 00: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항암제의 패러다임은 1세대 화학항암제에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로 발전해왔다. 면역항암제는 몸 속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거나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피해 다른 부분으로 퍼지는 것을 막도록 돕는 항암치료 기술이다. 이제는 면역항암제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큼 시장을 이끌고 있다. 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의 발견은 엄청난 발전이지만 일부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한계이자 업계의 화두였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 면역항암제의 적용 대상을 넓히는 후보 물질 중 하나가 바로 우리 몸 속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몸 속의 미생물이나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말한다. 

면역항암제 전문기업 지놈앤컴퍼니는 유전체, 면역학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람의 몸 속에 있는 세균을 연구해 이 중 후보세균을 골라 의약품으로 만든다. 항암제와 병용시 치료효과를 높이는 마이크로바이옴 균주를 동정해(후보물질이 될 세균을 골라 키움) 올해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사진/심수진기자
 
지놈앤컴퍼니는 2015년 9월 설립된 바이오벤처기업이다. 서울대학교 의대 동기인 배지수 대표가 경영을, 박한수 대표가 연구분야에 집중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코넥스 시장에는 2018년 12월 상장했다. 박 대표가 19.97%, 배 대표가 19.12% 지분을 보유 중이고 재무적 투자자로는 DSC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면역항암제가 등장한 이후 업계의 화두는 10~15%에 불과한 반응 대상을 넓히는 것이 됐다. 치료 효과는 높지만 반응 대상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놈앤컴퍼니가 연구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균주는 면역항암제의 적용 대상을 넓히고 병용시 치료 효과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동시에 다수의 세균을 빠르게 탐색해 연구 초기 단계에서 의약품이 될 후보세균을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와 화장품 원료, 건강기능식품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는 쉽게 말해 몸 속의 세균으로 만든 치료제다. 과거에는 약의 원료가 화학물질에 한정됐다. 이후 단백질을 이용한 의약품이 개발됐고, 항체, 세포 등으로 대상이 점차 확대됐다. 유전체 정보를 분석(시퀀싱)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세균 속 미생물을 연구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이를 활용한 의약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최신 면역항암 치료요법으로 사용되는 Anti-PD-(L)1이라는 항암제와 함께 쓸 때 항암 치료효과를 높이는 마이크로바이옴균주를 동정했다. 이 균주를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2019년 말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 균주의 병용 효과는 이미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배 대표는 "동물실험 결과 anit-PD-(L)1(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할 뿐만 아니라 anti-PD-(L)1 면역항암제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암에 대해서도 치료반응을 만들어냄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 균주가 anti-PD-(L)1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대상의 치료에도 필수적인 병용 균주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항암 균주는 단독투여는 물론, anti-PD-(L)1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투여 시 장과 면역기관, 혈액 등 생체의 면역활성도를 전반적으로 변형시켜 항암효과나 PD-1 면역항암제의 항암효능을 극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종양세포를 이식한 뒤 항암제에 대한 종양감소율을 실험한 결과 지놈앤컴퍼니의 마이크로바이옴 균주와 PD-1 항암제를 병용했을 때 종양 크기 감소율은 80%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단독으로 적용했을 때에도 종양 크기가 대조군 대비 50~60% 수준으로 감소했다. 
 
배 대표는 "현재 원료와 완제의약품을 생산할 미 FDA의 cGMP 기준 시설을 갖춘 기업을 선정했고, 올해 하반기 미국 임상1상 시험계획서(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략 100~150명 규모로 예상되는 임상연구"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 FDA와 pre-IND 미팅도 마친 상태로 국내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신청을 하는 건 지놈앤컴퍼니가 처음이다.
 
경기도 성남시 지놈앤컴퍼니 본사 내부 연구실. 사진/심수진기자
 
지놈앤컴퍼니는 이중항체의약품 전문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와 함께 항체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알려져 있는 PD-1과 PD-L1과의 결합 외 또다른 암세포가 활성화될 수 있는 새로운 면역세포-암세포의 결합, 즉 노블타깃(novel target)을 찾아 이를 억제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난 1월 신규 면역관문억제제 항체를 공동개발해 2020년 말 전임상연구 완료 및 2021년 임상1상 추진을 목표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아직 태동 단계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이를 임상결과로 발표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시장은 아직 개화되기 전이지만 전망은 밝다. BCC리서치는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시장이 2018년 5600만달러 규모에서 2024년에는 93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을 시작하면 보통 7~10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지놈앤컴퍼니의 FDA 임상 1상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면역항암제는 아직 완제품이 없고 글로벌 제약사들도 임상 1상 중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놈앤컴퍼니는 기술력을 인정 받아 다수의 기관투자자로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했다. 이미 지난 2017년 12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56억원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기존 투자자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DSC인베스트먼트,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코리아오메가를 통해 70억원, 프리미어파트너스 30억원, 마크로젠이 전략적 투자로 10억원을 조달해 총 110억원 규모의 시리즈 B투자를 받았다. 
 
배 대표는 "새로운 면역항암제와 콤비네이션 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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