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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반토막 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마이크론·도시바메모리도 부진
2019-03-22 00:00:00 2019-03-22 0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10월 이후 40% 가까이 급락한 탓이다. 도시바메모리는 적자 전환하고 마이크론도 영업이익이 45% 급감하는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업황 하락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액 54조141억원, 영업이익 8조219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8%, 46.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6조8677억원, 영업이익 2조153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1.2%, 52.2% 줄어든 수치다. 두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 들어서만 약 6조원가량 증발했다. 그만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됐고 양사의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속도도 가팔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다. 20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2분기(12월~2월)에 매출 58억달러(6조5406억원), 영업이익 21억달러(2조3681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회계연도 2분기와 비교해 21%, 영업이익은 45%나 줄었다.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긴 했지만 이는 증권가 예상치가 워낙 낮았던 탓이다. 글로벌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도시바메모리는 1분기 급기야 170억엔(1725억원) 안팎의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도시바 메모리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도시바메모리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분기 30% 후반에서 4분기 20% 후반으로 하락한데 이어 올해 1분기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주력 생산품목인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모두 전 분기 대비 25% 이상 떨어져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큰 것이 주된 이유였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의 수요 상황이 좋지 않아 가격 하락폭 확대에도 출하가 늘지 않고 있다”면서 “낸드 역시 전 분기 대비 평균판매가격 하락폭이 28%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메모리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했고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명명되는 반도체 큰 손들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투자를 줄인 점이 맞물렸다. 하반기는 통상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돼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임에도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6%(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판매량 기준) 줄었다. IT고객들은 적게는 10% 많게는 50%정도 IDC 시설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여기에 인텔이 지난해 10나노 공정 전환에 차질을 빚으면서 CPU 생산에 타격을 입은 점도 D램 출하 감소를 부추겼다. 완제품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자 양사의 고객들은 부품 재고를 쌓기보다는 최적화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과 업체들의 공급 조정을 통한 가격 회복 기대감, 재고조정에 들어갔던 IT업체들의 시설투자 재개 움직임에 희망을 걸고 있다. 최근 2분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은 후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D램은 2분기 이후부터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하반기에는 견조한 수요를 보일 것”이라며 “낸드 역시 가격이 안정되면서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발표된 마이크론의 추가 감산 계획은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멈출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마이크론은 이날 실적발표에 이어진 콘퍼런스 콜을 통해 “D램과 낸드의 공급 조정을 위해 D램 웨이퍼 투입을 5% 늦추고 낸드 웨이퍼 투입을 5% 축소한다”고 말했다. 이는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감산을 지속시키겠다는 의지로 수급개선을 통한 메모리 업황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일본과 중국 공장에 증설 예정이던 장비를 취소, 지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마이크론의 감산 결정은 하반기 수요 회복과 함께 업황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구글이 IDC 증설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반도체 업계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 사업 확대를 위해 올해 130억달러(14조6200억원)를 IDC에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IDC가 들어설 장소는 미국 네바다주와 네브래스카주, 오하이오주, 텍사스주 등 총 7곳이다.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의 IDC 투자 경쟁에 다시 불을 붙일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IT업체들이 다시 IDC 설비 증설경쟁에 나선다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은 예상보다 빨리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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