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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전자투표 도입 확산…주주권 강화 움직임에 영향
현대글로비스·SK하이닉스 등 동참…"전자투표 대중화에 긍정적"
2019-02-14 00:00:00 2019-02-14 00: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 도입을 선언하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껄끄러워해 전자투표제를 외면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으로 주주권 강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주주 친화 정책의 하나로 꺼내 들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다음 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상장사 중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현대글로비스가 처음이다.
 
전자투표는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해 주주가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SK하이닉스와 SK네트웍스도 전자투표제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SK그룹에서는 지주사인 SK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이 전자투표제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신세계와 신세계푸드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7개 상장사도 이번 정기 주총부터 전자투표를 실시한다.
 
전자투표는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대기업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소액주주의 참여가 없어도 안건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적으면 반대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 회의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것도 전자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하루에 수백 개 상장사의 주총이 집중되는 '슈퍼 주총 데이' 관행으로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사장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정부 차원에서도 도입을 독려했지만 전자투표제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최근 대기업의 전자투표제 참여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행동주의펀드의 활동 등 주주권 강화 움직임과 관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 증권사 연구원은 "소액주주의 의결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행보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가 적절할 것 같다"며 "전자투표를 도입해 주주 친화 정책에 소홀하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주권 행사의 명분을 약화시켜 일종의 방어선을 세우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도나 동기에 관계없이 전자투표제 활성화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자투표제가 일반화되면 상장사 전반으로 파급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대기업과는 달리 섀도보팅 폐지로 의결 정족수 확보가 시급한 상장사들도 전자투표제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전자투표 확산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전자투표 무료 대행 서비스도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전자투표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시스템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중·소형사 중에서는 수백만원의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전자투표 도입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조만간 전자투표시스템을 내놓을 예정이다. 상장사는 무료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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