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정부가 규제 해소방안을 사전에 마련한 후 예산을 반영하는 '규제-예산 패키지' 검토체계를 도입한다. 경제 활력을 높이고 저출산과 청년실업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포용적 성장 및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한 '지출혁신 2.0'의 16개 과제를 선정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제도 혁신 △포용성 강화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한 재정지출 재구조화 등 3대 전략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지출혁신 1.0이 개별사업 위주의 양적·질적 구조조정이었다면, 지출혁신 2.0은 구조적 문제 대응을 위한 근본적 재정제도 개편 위주의 재정혁신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규제·예산 패키지 검토체계는 예산을 짜기 전 재정 투입효과를 저해하는 여러 규제의 해소 방안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다. 수소 충전소가 대표적 사례다. 추진과제에 포함된 수소 충전소의 경우 현재 준주거·상업지역 내 설치할 수 없고 셀프 충전을 금지하는 등 규제가 상당하다. 이를 완화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2020년도부터 반영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규제와 예산을 한 고리로 묶어 과제 추진의 효율성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월중 각 부처로부터 규제완화 계획과 이와 연계된 사업 소요를 받고 8월까지 지원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9월 규제완화조치 결과를 포함한 예산안을 제출한다. 나아가 재정지출 전반에 '전략적 지출검토(Spending Review)'를 도입한다. 실효성 있는 지출을 위한 구조조정이다. 정부 사업 전 분야에 걸쳐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지출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얘기다. 개편을 통해 조정한 안은 다음년도 예산에 반영한다. 구체적으로 교통안전·대기오염 개선 차원에서 교통세 배분 비중 조정안을 조만간 마련해 법령 제·개정과 제도개선에 나서는 식이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예비타당성제도도 손본다.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또 사회적 가치를 예산 편성·집행·평가 전 단계에 걸쳐 핵심 원칙으로 재정립하기로 했다. 소득 실질계층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기존 지원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국가책임을 강화한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방식을 다양화해 경제활력 제고의 불씨를 키우는 안도 추진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외 16개 부처에 분산돼있는 창업지원 사업을 통폐합하고 성장 단계별 연계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경제활력방안 과제에 담았다.
회의에서는 국유지 개발과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조기 집행 안건도 함께 논의했다. 홍남기부총리에 따르면 정부는 여의도 면적의 2.4배(693만㎡) 규모에 이르는 국유지를 개발해 공공주택 2만2000호를 공급한다. 한국형 실업 부조도 본격 실시한다. 실업 부조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 실직자를 대상으로 구직 기간에 현금급여와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올해 100건 이상의 적용사례를 발굴키로 했고 규제입증책임 주체를 바꾼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입증책임도 지금까지는 규제개선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의무를 기업이나 수요자가 졌다"면서 "앞으로는 정부가 주체적으로 입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이 해당 규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게 이유다. 앞서 규제 샌드박스 시행 후 접수된 19개 사례는 2월 중 규제 특례부여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