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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7800억 담합' 일본 콘덴서업체 약식기소
삼성·LG 전자제품 필수 부품…높은 점유율 활용 이익 챙겨
2019-01-21 16:26:05 2019-01-21 16:26:05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스마트폰·텔레비전·컴퓨터 등 주요 전자제품 필수 부품인 알루미늄·탄탈 콘덴서 7800억원대 어치를 담합을 거쳐 삼성·LG 등에 납품해 10년 넘게 부당 이익을 챙긴 일본 기업들이 약식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21일 콘덴서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결정·유지하는 담합 행위를 저지른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전세계 콘덴서 시장 점유율 1위 일본케미콘을 비롯해 비쉐이폴리텍·마츠오전기·엘나 등 일본 콘덴서 제조업체 4개사, 일본케미콘 임원 1명 등을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약식기소 되면 공판 절차 없이 서류로 재판을 받고 법정형은 벌금형뿐이다. 가격담합은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이지만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경우 처벌할 수 있다. 
 
높은 기술력과 글로벌 판매망을 바탕으로 일본 콘덴서 제조업체들은 삼성·LG 등 글로벌 전자제품회사가 있는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해왔다.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고품질 알루미늄 콘덴서 시장 규모는 약 5152억원인데 이중 일본 제품 규모는 약 3550억원에 달했고 약 2조3527억원인 국내 고품질 탄탈 콘덴서 시장 규모에서 일본 제품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했다. 2013년 기준 세계 콘덴서 시장의 규모는 약 18조원으로 일본케미콘은 이 중 약 1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검찰은 2000년 7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알루미늄 콘덴서 공급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일본케미콘와 비쉐이폴리텍에 각각 법정최고형인 벌금 2억원과 1억원을 구형하고 탄탈 콘덴서 공급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마츠오전기와 엘나에 각각 벌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일본케미콘 임원 A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 이들이 한국에 수출한 콘덴서 총액은 7864억원(탄탈 콘덴서 약 5498억원·알루미늄 콘덴서 약 2366억원)이다.
 
본건과 관련해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일본·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제재가 이뤄졌으나, 관련 기업들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검찰과 미국 검찰(DOJ)이 유일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단계에서 대상 기업들은 한국 로펌 등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에서 한국 변호인뿐만 아니라 기업이 희망하는 본국 변호사와 통역 참여를 보장하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적법절차 아래 본사 고위 임원 등을 엄정히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에 서약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벌금 1억달러(약 1127억원)지만 한국은 징역 3년·벌금 2억원에 불과해 징벌·예방적 효과가 희박하다. 중대 카르텔 범죄에 대한 공정거래법 법정형 상향 및 특정경제범죄법·특정범죄가중법 포섭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정위 고발이 급증한 지난해 상반기 담합 고발 24건 중 시효가 6개월 미만 남은 사건이 19건에 이르는데 공정위와 검찰이 리니언시 등 형사 집행 관련 정보를 시급히 공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3년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지난해 9월 일본케미콘 등 일본 콘덴서 제조업체 9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60억9500만원을 부과하고 이들 중 공소시효가 남은 4개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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