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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잉곳·웨이퍼 사업 철수…국내 태양광 가치사슬 고리 약화 ‘우려’
“잉곳·웨이퍼 재개 계획 없어”…글로벌 업체들 ‘선택과 집중’으로 규모 키워
2018-12-26 06:00:00 2018-12-26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수직 계열화를 강조했던 한화가 태양광 사업 전략을 전면 재수정했다. 한화는 이미 수년전부터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전지(셀)→모듈(패널)→발전’ 등 태양광 전 사업에 걸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지만, 최근 잉곳·웨이퍼 사업을 완전히 접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에 밀리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화가 중간재 소재 사업에 발을 빼면서 국내에서 중견기업인 웅진에너지만 잉곳·웨이퍼 제조사로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한화큐셀은 최근 수직계열화 전략을 포기하고 중국 소재 잉곳, 웨이퍼 사업을 정리했다. 이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지난 3분기 1억7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미국의 무역 규제와 중국의 설치량 축소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고, 중간 소재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수직계열화 전략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큐셀을 인수하기 전 중국의 솔라펀파워를 인수하며 잉곳·웨이퍼 사업을 보유했지만, 한화큐셀 내부에서 거래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큐셀을 비롯한 글로벌 선두업체들이 고효율의 ‘단결정’ 셀을 주로 생산하면서 한화큐셀이 생산하는 범용제품인 ‘다결정’용 잉곳·웨이퍼는 주로 외부로 판매했다. 한화 관계자는 “잉곳과 웨이퍼는 시장 공급이 풍부해 외부에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충분히 들여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두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의 전략은 세계적인 추세에 부합하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글로벌 태양광 업계는 수직 계열화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있다. 각 국가의 태양광 정책 등 대외변수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되고, 그에 따른 위험부담이 커졌다고 보고 개별 기업차원의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잉곳·웨이퍼 분야는 폴리실리콘과 태양전지·모듈과 비교해 기술장벽이 낮아 현재 대형 중국 업체에 잠식된 상황이다. 세계 1위 웨이퍼 생산업체인 중국의 GCL은 2010년 1412MW에서 지난해 1만3902MW로 7년 사이에 885% 성장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 중국 기업은 최근 웨이퍼 생산능력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문제는 한화까지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가뜩이나 약한 국내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 고리가 더욱 약해졌다는 점이다. 앞서 LG실트론(현 SK실트론)은 LG그룹 태양광 수직계열화의 한 축으로 기대를 모았다가 2013년 태양광용 웨이퍼 생산을 중단했다. OCI 계열이었던 넥솔론도 지난해 말 파산했다. 웅진에너지가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사업의 계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향후 중국 기업들이 국내 셀·모듈 생산업체를 고사시킬 목적으로 자국 업체와 외국 기업에 대한 공급가격을 차등 적용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기술과 자본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폴리실리콘 부문도 중국의 독주가 우려돼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중간 소재의 생산능력 감소는 향후 중국이 중간 소재 시장을 독식하면 국내 셀·모듈 업체들이 종속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정부도 태양광 가치사슬 전반의 제조 경쟁력을 점검하고,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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