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갈 길 먼 인터넷전문은행)② 예대업무 중심…"차별점 찾기 힘들어"
중금리 아닌 고신용자 대출 집중…"세븐은행 등 해외사례 참고해야"
2018-12-23 12:00:00 2018-12-23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편리하고 독특한 서비스로 금융혁신의 선봉에 서겠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불편함이 우리를 만들었다…‘같지만 다른 은행’이 되겠다." (윤호영·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수장들이 출범 당시 내놓은 목표다.
 
지난해 금융권 ‘메기’를 자처하며 등장했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만으로 24시간 365일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예·대업무(예금과 대출) 중심의 영업구조를 고수하면서 기존 은행과의 차별점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메기'역할 자처했지만…신용한도대출 취급, 고신용자에 쏠려
 
초반 돌풍이 불과 1년 새 미풍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당초 설립취지와는 달리 관련 대출 확대가 이뤄지지 못한 점과 예·대업무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면서 상품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 점이 자리하고 있다. 무늬만 '인터넷전문은행'일 뿐 일반은행과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는 해외에서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꼽히는 미국의 앨리(Ally Bank)뱅크의 경우 자동차 기업인 GM을 업고 오토론이나 리스서비스 등 특화상품을 내놓고, 일본의 세븐은행은 모기업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유통망을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오프라인 영업점 등에 제반되는 비용을 아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겠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도 빛이 바랬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서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고객을 위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의 경우 기존 시중은행에 비해 오히려 뒤처진 모습을 보였다.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지난달 신용한도대출 취급 비중을 보면 케이뱅크의 평균금리는 4.19%며, 카카오뱅크는 4.3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3.96%), 신한은행(3.83%), KEB하나은행(3.95%) 등은 평균 3%대 금리를 제공했다.
 
금리구간별 취급비중을 살펴보면 케이뱅크의 마이너스대출 61.6%가 4% 미만에 몰려있었고, 6~8% 미만 금리로 취급한 마이너스통장 대출 비중은 전체의 5.6%에 불과했다. 8~10% 이상에 대해선 취급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전체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26.8%가 4% 미만 금리로 취급됐으며, 6~7%미만은 2.3%로 조사됐다. 7% 이하 금리로 취급한 대출은 전무하다. 반면 기업은행(3.4%)과 우리은행(0.1%)·부산은행(0.1%)·전북은행(3.0%)·대구은행(1.1%)의 경우 9~10%이상 금리의 대출도 취급했다.
 
통상 대출금리가 낮을수록 고신용·고소득 차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보다 우량 대출자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설립 당시 기존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에 낀 중·저신용자를 위해 연 6~10% 수준의 중간금리 대출에 힘쓰겠다는 목소리가 무색한 모습이다.
 
금융상품, 도토리 키재기…해외인터넷은행, 리스·모기업 유통망 활용 사업 다각화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카카오뱅크는 4% 미만 대출에 54.4%를 지원하고 있었으며 6% 미만 대출 취급비중은 2.0%에 그쳤다. 케이뱅크의 경우 4% 미만 대출 취급 비중은 20.1%며, 6% 이상 대출 취급 비중은 39.1%로 확인됐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중 고신용(1~3등급) 차주 대출 비중이 96.1%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은행(84.8%)을 웃도는 수치다.
 
상품 역시 기존 시중은행과 비슷하다.
 
21일 현재 케이뱅크에서 판매 중인 금융상품은 연 최고 2.85% 금리의 주거래우대자유적금과 뮤직K정기예금을 비롯한 예·적금과 최저 3.35% 금리를 적용하는 직장인K 신용대출 등이 있다. 기존 은행권 상품과 별다른 것이 없는 구조다.
 
금리 경쟁력도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적금상품의 경우 케이뱅크 코드K자유적금이 연 최고 3%(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36개월)로 은행권 가운데 가장 높다. 단 우리은행의 우리여행적금(최고 연 6%)이나 수협은행의 Sh쑥쑥크 아이적금(연 5.5%)등 특판 상품이 판매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고객을 유도하기엔 부족하다. 여기에 대출상품은 올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3차례나 일시 중단되며 고객 불편도 초래했다.
 
자본여력 부족으로 대출 쿼터제를 시행하면서 월말 고객은 사실상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울러 지문 등 바이오인증으로 이용가능했던 미니K 간편대출(구 미니K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상품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지난 6월부터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회비를 모으는 ‘모임통장’과 단기간 내 미션을 수행하는 ‘26주 적금’, ‘전월세대출’ 등 신상품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개별 예·적금 상품과 대출은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 초기 자극제 역할은 훌륭히 수행했지만, 일반 시중은행들 역시 간편결제와 송금을 비롯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은행 간 비슷한 형태의 영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는 기존 은행들에 비해 얼마나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면서 유통과 결합해 ATM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본의 세븐은행이나 자동차금융을 핵심 비즈니스로 하는 미국의 앨리뱅크 등 차별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