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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임대, 급한 불 껐다…입주민 분양가 요구는 이기주의"
전문가들 "살던 집서 쫓겨날 상황 면해"…민간사업자는 직격탄, 속앓이만
2018-12-18 16:34:56 2018-12-18 16:34:56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정부가 발표한 ‘10년 임대주택 분양전환 지원대책’과 관련해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성 목적에 부합한다는 게 제3자인 전문가들이 보는 관점이다. 다만, 당사자인 임차인들에게선 분양가 자체를 낮추라는 반발이 없지 않다. 아울러 정부 정책을 믿고 당장 분양전환을 기대했던 민간 사업자는 황망한 표정이다.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과 함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18일 10년 임대주택 분양전환 지원대책을 발표해 당장 급한 불을 껐다.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집에서 쫓겨날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게 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리로 장기대출을 지원해주고, 4년에서 8년까지 임대기간을 늘려준 것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한 정책으로 평가된다”라며 “입주자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분양가 하락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이기주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임차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고,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번 대책 정도로 알맞은 것 같고 이후에는 다시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에도 분양가 자체를 낮추라는 입주민 요구는 여전하다. 이들은 특히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일반분양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서민을 위한 10년 임대주택을 감정평가액으로 분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10년 임대주택 입주 당시 청약통장을 사용했고, 우선분양권을 위해 무주택 상태를 10년간 유지하는 등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우선분양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임대연장을 해주겠다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김동령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회장은 “임대기간을 연장해주면서 우선 분양권을 포기하라고 한 것은 독소 조항이며, 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제도 설계가 잘못돼 있는데 이걸 급하게 해결하려다 보니 정책이 자꾸만 꼬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입주민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실제 실거주용도 외에도 시세차익을 노린 세력이 섞였을 것이란 의심에서다. 특히 분양가를 낮출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겨 또 다른 불평등, 상대적 박탈감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격탄은 민간 사업자들이 맞게 됐다. 당초 정해진 10년임대 기준에 따라 사업에 참여한 것인데 갑작스런 정책 변경에 따른 사업 수정이 불가피하다. 일례로 차입금을 얻어 사업에 진입한 경우 늘어나는 임대기간 동안 부채부담을 떠안게 된다. 사업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는 대부분 중소·중견기업들이라 더욱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면 어느 사업자가 정부를 믿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사업적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정부 정책에 항변하기 어려운 힘없는 처지도 하소연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임차인들은 분양 당시 모집공고에도 분양가 산정방식 등 관련 내용이 있었고, 다 알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어떻게 정부 정책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 것이 될 수 있느냐"고 불평했다. 이어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을 시행했던 민간 기업들은 이렇게 민원으로 법이 바뀌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고 공공사업에 참여하려고 하겠는가. 아무도 임대주택을 공급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7월 7일 청계광장에서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관련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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