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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집권 3년차의 '포용국가' 대통령 아젠다
2018-12-17 07:00:00 2018-12-17 07:00:00
임채원 경희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문재인정부는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은 5년 단임제 정부를 6번이나 경험했다. 이전 정부는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국정운영에서 비슷한 지지율 변화를 보였다. 집권 당시의 기대와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경험부족에 따른 무능한 국정운영 능력이 드러나며 집권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에는 지지율이 추락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돌출적 아젠다 제기, 대통령 친인척과 핵심 참모들의 부패가 겹치면서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심한 경우 식물정권으로 임기를 마쳤다. 문재인정부는 이전 정부들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공하는 정부가 될 수 있을까. 성공하는 국정운영의 조건을 무엇일까.
 
김영삼정부는 1994년 11월 시드니 선언 이후 1995년 신년사에서 '세계화'라는 아젠다를 제기했다. 김대중정부는 1999년 6월 '울산발언' 이후 이듬해 신년사에서 생산적 복지를 본격화하고 국민기초생활 보장과 4대 보험 전면 실시를 선언했다. 참여정부는 정권의 반환점인 2005년 8월에 대연정을 제안한 데 이어 2006년 신년사에서는 사회투자국가의 내용을 담은 '비전2030'을 주창했다. 이명박정부는 2009년 8·15 경축사에서 중도실용 노선을 꺼냈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신년사에서 '통일대박'을 말했다. 5년 단임제 정부들은 하나같이 집권 초반보다는 임기 중반에 그 정권의 대표 브랜드를 국민에 제시했다. 5년 단임제 정부의 숙명이다. 그러나 대통령 아젠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율의 반등 계기도 상실했다. 지지율 측면에서 보자면, 대통령 프로젝트의 실패는 결국 그 정부가 실패하는 데 결정적 원인이 됐다.

미국 뉴욕대학교의 폴 라이트 교수는 대통령 아젠다 연구의 권위자다. 그는 미국 역대 대통령의 아젠다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내놨는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대통령의 영향력은 감소하지만 효율성은 증대되는 이중주기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집권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영향력은 감소한다. 임기 중반이 되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회의 의석 수가 감소하고 국민의 지지도 하락한다. 198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재임 기간 동안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임기 말에 소폭 회복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임기 말에는 참모진의 에너지도 바닥난다. 새로운 아젠다를 기안하고 의회에 제출, 통과까지 이끌어낼 에너지와 건설적 지구력도 저하되기 경향을 보였다. 
 
반면 대통령과 참모진의 효율성은 집권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다. 임기 중반이 되면 집권 초기부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운영 전반을 한두 해에 걸쳐 학습한 상태다. 또 전문지식이 늘고 직무에 익숙해진다. 국정운영을 위한 효과적 전략 구사까지 가능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대통령의 영향력과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때는 재선 대통령의 임기 첫해라고 한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참여정부를 경험한 대통령과 참모진, 정책그룹이 국정에 참여했다. 굳이 비교한다면 재선 대통령의 첫해와 같은 출발이다.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의 영향력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조건에서 출발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세월을 메꾸고 제대로 된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데 2년 시간이 지났다.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19년 신년사에서 '포용국가'를 대통령 아젠다로 제시할 것이다. 포용국가 아젠다는 지난 정기국회의 대통령 시정연설로 본격화됐다. 대통령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G-20 등 정상회담에서도 포용국가론이 글로벌 포용성장에서 가장 선도적 국정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도 국가비전으로 포용국가론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포용국가라는 아젠다를 대통령 프로젝트로 구체화하고 국민이 공감할 성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영삼정부는 세계화 아젠다를 제시한 후 해외금융·해외여행 자유화 등 탈규제정책을 추진했다. 저환율정책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게도 외환위기였다. 이명박정부는 중도실용을 강조했으나 친기업정책으로 엇박자를 냈고 4대강 토목사업에만 열을 올렸다. 박근혜정부는 통일대박을 외쳤으나 북한과 어떤 협력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2016년에는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하는 엉뚱한 결과만 낳았다.

포용국가라는 아젠다에 대해 국민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낸다. 이전 정부와 달리 문재인정부는 포용국가 아젠다를 성공적인 대통령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을까. 재선 대통령 첫해처럼 영향력과 효율성을 두루 갖춘 문재인정부의 아젠다와 프로젝트를 기대한다. 국민은 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의 시행착오를 벗어나 성공하는 정부를 보고 싶어한다.
 
임채원 경희대 교수(cwli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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