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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 부회장, 현대차그룹 ‘원톱’ 시대 열었다
2018-12-12 11:16:30 2018-12-12 18:10:35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2일 그룹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 원톱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사실상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조직 장악력 확대를 내걸은 이번 인사가 무리없이 마무리 됨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의 경영권 승계작업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 사진/뉴시스
 
‘MK사단’ 가신그룹 부회장 역할 축소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MK사단’의 최측근으로 불리며 정몽구 회장 체제를 굳건히 지켜왔던 부회장들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김용환·양웅철·권문식·윤여철·우유철·정태영 등 7명이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담당을 담당했던 양웅철 부회장과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던 권문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고,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제철로,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현대로템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력회사인 현대차는 지난 9월14일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수석 부회장과 윤여철 부회장 등 2명만 직급을 유지한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MK사단의 전문 경영인들 사이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세어나오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정의선 체제 확대라는 목표를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면서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그룹 성장에 헌신해 온 부회장들의 명예를 배려했다. MK사단의 좌장 역할을 해왔던 김용환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애정을 갖고 키워온 현대제철에, 현대제철의 오늘을 있게 한 우유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기반이자 정몽구 회장이 경영에 관한 모든 것을 터득한 현대로템(구 현대정공)으로 선임해 마지막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계 관계자는 “옮기는 계열사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부친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회사를 성장 시킨 두 부회장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길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1년 김창희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총괄 사장체제를 유지해왔던 현대건설에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된 것은 부친의 숙원사업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외부인 요직 올라 "순혈주의 깬다"
 
부회장단 인사가 배려로 매듭지어졌다면, 사장단 인사는 정의선의 사람들이 대거 등용돼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강조해온 전문성과 리더십을 검증받은 외부인사와 외국인 발탁이 반영되어 이들이 요직에 전면배치돼 순혈주의가 상당히 희석됐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어만 사장은 현대차그룹 역사상 연구·개발(R&D)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른 첫 외국인이다. BMW에서 고성능차 개발 총괄 책임자로 일하다 2015년 현대차그룹으로 영입됐으며, 올해 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는 비어만 사장이 합류한 이후 신차의 성능 개선에 크게 기여했고, 고성능차 사업의 성공적 시장 진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어만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 카 등 혁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 현지 연구개발 조직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촉진해 연구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영조 사장은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임원 출신으로 지난해 현대차에 합류했다. 이번 승진으로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이 강화되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강조해 온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 계획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0대 젊은피, 정의선 부회장과 눈높이 맞춰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대부분 50대 인사를 포진시켜 그룹사의 빠른 의사결정과 미래 혁신을 꾀했다.
 
신임 현대로템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건용(1960년생)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 법인의 여수동(1961년생) 사장, 신임 현대오트론 문대흥(1960년생) 사장, 현대케피코의 방창섭(1960년생)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등은 모두 50대다. 이들을 시작으로 향후 있을 수시 및 연말 정기인사에서 젊은피들의 등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중국 및 해외사업 부문의 대규모 임원 인사에 이어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인적 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며 “전문성과 리더십이 검증된 경영진들을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대대적인 인적 쇄신 속에서도 안정감과 균형감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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