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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압박에 결국 상장 추진…내년 하반기 목표
11일 이사회서 결정… IFRS17·K-ICS 대비 자본확충 목적
2018-12-11 18:18:45 2018-12-11 18:27:01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수년간 상장을 미뤄왔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신 회장을 대상으로 풋옵션 행사에 나서자 뒤늦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11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자본확충을 위한 IPO 추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이사회에서 IPO를 포함한 증자를 검토하기로 한 후 이 달 IPO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8월 크레디트스위스(CS)와 NH투자증권 두 곳을 증자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새롭게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 위해 IPO를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교보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 9월 기준 292%로 여유있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수 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매년 5000억원 정도를 내부유보로 쌓아왔으며, 지난해 7월에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최근 주관사 두 곳은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하며, 규제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선제적으로 증자를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PO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새로운 회계 및 자본규제 상황에서도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 등 새로운 사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교보생명의 IPO 결정은 FI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10월 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교보생명의 FI들은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이들은 3년이 지나도록 IPO가 이뤄지지 않자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결정한 것이다. 신 회장이 연내 FI들의 지분을 되사지 않으면 신 회장은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다. 

교보생명이 IPO를 결정해도 상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증시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보험사들의 실적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오는 2022년 도입되는 IRFS17에 대비하기 위해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 보험의 판매를 줄여 나가고 있다.
 
교보생명의 9월 현재 총자산은 107조원이며, 보유계약자는 430만명, 보유계약은 305조원에 이른다. 
교보생명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교보문고 본사 모습. 사진/교보문고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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