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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견 해운업계, 글로벌 해운공룡 침투에 울상
대형 컨테이너선사, 친환경·고효율 선박으로 아시아 시장 진입 노려
2018-12-11 14:29:47 2018-12-11 14:32:57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중국과 동남아를 오가며 해상 수송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국내 중견 해운사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공급과잉의 돌파구로 아시아 역내 사업을 강화하면서다. 특히 이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친환경·고효율 선박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향후 국내 선사들의 운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시장 재편으로 인한 대형 선사의 지배력 확대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물류비용 상승으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대형 컨테이너선사들이 친환경·고효율 피더 컨테이너선 발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는 최근 2200TEU급 선박 5척(옵션 포함 최대 10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다. 앞서 대만 양대 국적선사인 양밍은 지난 8월 2800TEU급 10척, 에버그린은 2500TEU급 14척과 1800TEU급 24척을 각각  주문했다. 에버그린과 양밍은 선복량(화물 적재능력)이 각각 세계 6위와 8위다.
 
피더 컨테이너선은 3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이하의 중소형 선박으로, 원양 항로를 보조하는 노선에 투입하는 배를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장금상선과 고려해운, 흥아해운 등 중견 선사들이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를 오가는 노선을 운영하며 수출입 화물을 운반한다.
 
부산신항의 모습. 사진/뉴시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중소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통해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원양 항로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16년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이 본격화되면서 공급과잉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질 않자, 근해로 눈을 돌려 매출 다각화를 꾀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피더 컨테이너선 시장은 전세계 124개 선사가 보유한 1260척의 선박으로 형성돼 있다. 연간 수송 능력은 4300만TEU로 규모가 작지만, 최근 대형 선사들이 기항하는 항만의 수를 줄이고 있어 베트남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노선의 성장 잠재성이 크다는 평가다. 최근 일본 국적선사인 원(ONE)과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피더 컨테이너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프랑스 CMA CGM이 자회사를 통해 피더선사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역내 기존 해운사들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피더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대형 선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친환경·고효율 선박의 신조 발주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연료비 절감을 통한 원가 절감이 기대된다. 피더 컨테이너선의 경우 선박 크기가 작아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달기 어렵다. 기존 선사들도 신조 발주를 통해 원가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불황과 출혈경쟁으로 재무사정이 매우 열악해졌다. 국내에선 지난해 8월 국적 선사 14곳이 참여한 한국해운연합(KSP)을 중심으로 항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최건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동남아 피더 컨테이너선 시장은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물동량 수요가 크고, 향후에도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판단에 따라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소형 선사간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기 때문에 국내 중견 선사들이 항로 구조조정을 통해 대응하더라도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대형 선사들이 발주한 피더선이 인도된 이후 영세 피더 선사들의 퇴출로 인한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도 시장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신조선박 발주 등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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