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CEO 교체…석화협회장, 결국 한화?
인사태풍에 김창범만 생존…'구인난' 반복될 가능성 커
입력 : 2018-12-07 18:44:58 수정 : 2018-12-07 18:44:58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한국석유화학협회장 선임을 놓고 업계가 또 한바탕 '구인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허수영 협회장(롯데그룹 화학BU장) 후임으로 거론됐던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각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비석유화학 인사들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년 동안 협회를 이끌 회장을 회원사인 석유화학기업의 CEO 가운데 추대해 선임하고 있다. CEO들이 경영활동 전념을 이유로 협회장직 수락 제의를 고사하면서 지난해 3월 허 회장이 연임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협회장 인선 때마다 어려움을 겪자 협회는 지난해 12월 임시총회에서 '빅4'의 CEO들이 협회장을 '순번제'로 맡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차기에 어느 회사가 협회장을 맡을 지 구체적인 순서를 정하지는 못했다.
 
허수영 롯데그룹 부회장(화학BU장)·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신학철 LG화학 부회장·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사진/각사
 
더욱이 차기 협회장으로 거론된 CEO들이 이번 인사에서 교체되는 예기치 못한 일도 빚어졌다. 허 협회장과 서울대 화학공학과 동기인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유력했지만, 박 부회장은 지난달 용퇴를 결정했다. 신임 CEO로 선임된 3M의 신학철 부회장은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생소한 인물이다. 당장 업계를 대변할 협회장 자리를 맡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지난 6일 SK종합화학의 신임 CEO 자리에 오른 나경수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역시 정통 석유화학업계 인사가 아니다. 나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경영기획실장·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지만 SK종합화학 소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SK종합화학은 본사가 중국 상하이에 있어 CEO가 중국에서 주로 경영 활동을 하는 것을 감안해 2021년부터 순번제 대상에 넣기로 한 바 있다.
 
결국 4년간 한화케미칼을 이끌어 온 김창범 부회장이 차기 협회장 적임자로 지목된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지난달 석유화학협회 사장단 조찬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회장을 할 의사가)전혀 없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허 부회장이 맡기 전까지 한화의 화학사에서 여러 차례 협회장을 맡았던 것도 고사의 이유다.
 
업계 현안에 대해 총대를 메고 정부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협회장 자리는 CEO 입장에서 보면 실속은 없고 부담은 큰 자리다. 아울러 4개 회사가 재벌 대기업에 속해 있어 그룹과의 조율도 거쳐야 한다.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던 2년 전에도 CEO들은 서로 협회장을 고사했는데, 현재는 업황마저 침체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허 협회장의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회원사들이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 2014~2015년 업황 침체로 각 회원사 CEO가 협회장을 고사한 경험에 비춰보면 시황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역시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협회장 인선에서도 CEO들이 서로 자리를 고사하면서 국제행사를 수장 없이 진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경영과 별도로 협회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 그동안 등 떠밀려서 해온 것"이라며 "이번에도 협회장 인선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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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희

정유·화학 등 에너지 업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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