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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재계시각)삼성전자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적정 비교 대상 기업 부재, B2B 사업 저평가 고려해야
2018-10-07 16:33:27 2018-10-07 16:33:2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올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특직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52%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사업·반기·분기보고서에서 판매경로별 매출액을 공개한 지난 2004년 이후 특직판 비중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분기에는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올 연말까지 이러한 추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직판은 개별 기업의 발주에 응찰해 가격 협상 등을 거쳐 최종 계약을 맺는 형태다. 유지보수 및 애프터서비스(A/S) 등이 포함되는 ‘턴키’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도·소매 판매에 비해 대당 판매가격이 높고 제품의 수명에 맞춰 장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백색가전,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삼성전자를 소비자(B2C)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던 많은 소비자들은 이러한 수치가 의외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삼성전자는 조용히, 개별 고객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왔고, 노력이 결실을 맺은 올해가 B2B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맞이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아마도 그동안 존재한 전자·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쟁자들을 추격, 경쟁하거나 따라잡은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애플과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제네럴일렉트로닉스(GE), 일본의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샤프, 독일의 지멘스,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등. 문득 떠올리는 기업만 해도 너무나 쟁쟁할 뿐만 아니라 나열하기 벅찰 만큼 많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많은 경쟁자를 둔 이유는 전 세계 전자·ICT 업체들 가운데 가전과 TV, 반도체·디스플레이·소자, 휴대전화, 통신장비 등 전 분야를 영위하면서 해당 사업 모두 글로벌 1위, 최소한 10위권 이내의 시장 점유율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들 중 대부분은 1969년 설립 당시 이미 ‘퍼스트 무버’들이 개발했거나 상용화한 것들이다. 후발주자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 좁게는 제품, 넓게는 사업군에 걸쳐 차례대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1990년대 들어 저명한 경영학자들은 문어발식 사업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한두 개 전문분야에서 특화된 기업들에게 밀려 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위상을 키우고 있다. 어떤 기업들이건 경쟁자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하나의 기업이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맞붙어 승리하고, 시장을 장기간 리드해 나가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경쟁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삼성전자의 또 다른 DNA다. 지금도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도전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업체인 미국 하만과 데이코를 인수해 자동차 부품 업체와 빌트인 가전 업체들을 경쟁자군에 포지셔닝시켰다.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산업 육성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분야는 다르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과 매우 유사한 바이오 사업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B2C가 주를 이루던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앞으로 B2B 사업자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문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과연 삼성전자의 전체를 반영한 것인지 봐야 한다. 애플과 경쟁하는 IM사업부문이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대다. 40%의 IM 사업중 절대비중이 B2C 매출로 분류된다. B2B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60% 매출 성과가 애플과의 실적비교 때문에 평가절하 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강점과 약점을 반영해줄 제대로 된 비교 상대는 애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한 개별기업으로만 놓고 비교하기에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진짜 경쟁자는 누구일까? 삼성전자조차도 어디라고 쉽게 얘기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만큼 삼성전자를 제대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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