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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명당’, 아쉬움도 빼어남도 눈에 띈다
역사적 팩트+상상력 조합된 스토리…”’조선’이 망한 이유는”
‘관상’ 떠올리게 만든 구조…하지만 분명한 한계성 ‘아쉬움’
2018-09-24 06:00:00 2018-09-24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생존해 권력을 손에 쥔 대원군은 단 한 명이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 그는 아들 고종과 손자인 순종을 왕위에 앉혔다. 하지만 순종 이후 조선왕조는 문을 닫는다. 27대 왕 519년간 존속된 한 나라의 왕조는 그렇게 문을 닫게 된다. 또한 조선 왕실의 자손인 전주 이씨왕실 직계 가문은 그렇게 절손됐다. 여기까지는 분명한 역사다. 영화 명당은 이 확실한 팩트 위에 완벽하게 창조된 이야기를 덧입혔다. ‘왜 조선이 망하게 됐을까에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조선 말 강력한 세도 정치로 왕권 마저 농락한 장동 김씨(실제 역사에선 안동 김씨) 세력은 1800년 순조때부터 시작된다. 이후 철종 사후인 1863년까지 무려 60여 년을 집권한다. 이 시기 조선의 왕권은 말 그대로 허수아비 그 자체였다. 사회는 피폐하고 몰락했다. 있는 자는 더욱 더 배부르고 없는 더욱 더 배를 곯았다. 그 시절 몰락한 왕가의 후손 흥선군(지성 분)은 스스로를 낮춘 채 장동 김씨 세력에 빌붙어 목숨을 연명해 간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야심가다. 훗날 쓰러져가는 풍전등화의 왕실을 바로 세우고 장동 김씨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대의를 품은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절대 권력자 장동 김씨의 수장 김좌근(백윤식 분)의 비밀을 알아 내기 위해 기방 월영각대방 초선’(문채원)과 함께 힘을 합친다. 그 비밀은 바로 땅이다. 장동 김씨의 절대 권력이 바로 조상의 묘를 최고의 명당에 썼을 것이란 예상이다. 반대로 그들이 왕실의 맥을 짓밟는 풍수를 이용했단 증거를 잡아야 했다.
 
우선 땅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땅을 통해 길과 흉을 보는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은 효명세자의 묘 자리를 최악의 흉지로 몰아가는 장동 김씨 세력의 음모를 고한 죄로 가족을 잃게 된다. 천하를 호령하는 장동 김씨 세력을 피해 박재상과 그의 절친 구용식(유재명 분)은 전국을 떠돌며 땅을 봐주고 돈을 버는 장돌뱅이 생활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전국을 떠돌면서 박재상은 장동 김씨 일가의 권력 맥을 끊을 비밀을 찾아 다닌 것이다. 조상의 묘를 길지에 써 후손들의 번성을 꾀하는 음택을 통해 장동 김씨 일가의 세도 정치를 막으려 한다. 이 의도는 흥선과 맞닿았다. 이제 두 사람은 공동의 적을 둔 동지가 됐다.
 
영화 '명당'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두 사람은 김좌근의 아비 묘를 찾아낸다. 그리고 왕 헌종(이원근 분)에게 이를 고한다. 자신의 아버지 효명세자의 묘가 흉지였고, 김좌근 아비의 묘가 길지였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김좌근은 선수를 친다. 자신의 죄를 스스로 고하고 또 생각지도 못한 묘수를 낸다. 헌종이 김좌근을 용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을 리 없는 장동 김씨 일가다. 이들은 더욱 더 대대손손 번영을 누릴 수 있는 명당을 찾는다. 김좌근은 자신의 측근이자 가문을 위해 일해 온 지관 정만인(박충선 분)에게 또 다른 명당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그리고 정만인은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올 천하의 명당이 있음을 귀띔한다. 이 소식은 즉각 흥선과 박재상에게도 들어간다. 그리고 김좌근과 흥선 그리고 박재상은 이른바 ‘2대 천자 지지를 놓고 대결을 한다. 개인의 부귀를 위해 그 땅을 손에 넣으려는 김좌근, 무너진 왕권 복권을 넘어 대의로 포장된 욕망을 드러내는 흥선, 무엇인가 비밀을 알고 있기에 두 사람의 욕망을 막으려는 재상. 땅을 통해 더욱 더 권력에 집착하는 두 사람과 땅으로 통해 백성과 나라의 길을 이끌고 흉은 쫓아내려는 재상은 충돌하고 그 충돌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만들어 낸다.
 
영화 '명당'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명당은 흡사 역학 3부작 첫 시작 관상을 보는 듯하다. 분명한 역사 위에 허구와 팩트의 적절한 배치와 믹스를 일궈냈다. 또한 명확한 선악 구도를 차용한다. 그리고 차이점이라면 서사와 긴장감의 차이다. ‘관상얼굴을 통해 사람의 내면과 심리를 보는 인물 그리고 각각의 인물이 그려내는 권력과 야망의 관계 형성을 촘촘한 날실과 씨실로 엮어냈었다. 반면 명당관상의 얼개와는 비슷하고 흡사하지만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을 통해 노골적이며 대놓고 드러낸 개인의 욕망이다. 드러나 있기에 쉽게 눈치를 챌 수 있다. 쉽게 눈치를 챘으니 관객 입장에선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관상은 절대 권력자이지만 지켜야 하는 왕(단종)과 그를 넘어서야 하는 삼촌 수양대군의 관계 그리고 왕과 수양대군의 주변 인물들의 또 다른 관계와 개인적 욕망에 집중된 세밀하고 내밀한 스토리가 폭넓게 펼쳐져 있었다. 반면 명당은 단순하게 땅을 통해 권력 기반 유지를 이어갈 수 있단 풍수지리의 대의 명제를 끌어가지만 권력의 관계를 무너트린 채 단순화된 스토리가 분명한 한계다. 이 한계가 처음부터 선을 긋고 출발하니 인물들 자체가 아무리 튀려고 해도 스토리의 한계가 그들을 짓누르는 모습이 만들어 진다. 결코 쉽게 허물어트릴 수 없는 한계성을 지니고 출발했기에 관상의 얼개와 아우라를 쫓아가려 했지만 결국 넘지 못하고 뻔하게 예상 가능한 평범함에 머물러 버렸다. 무엇보다 이 얘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다. ‘관상이 알고 있던 얘기 속에 상상의 한계를 깨트리고 출발했다면 명당은 그 한계마저 익숙함에 가둬버렸다.
 
영화 '명당'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그나마 흥선을 연기한 배우 지성이 고정되고 정형화된 틀의 캐릭터를 깨는 모습이 다소 관람의 충족을 채워준다. 물론 명당자체가 관상의 아우라에 갇혀 버린 패작은 절대 아니다. ‘관상의 레퍼런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방식이 아쉬울 뿐이다. 참고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충남 가야사 터에는 실제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개봉은 19.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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