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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통제와 자율 사이 줄타기
2018-09-06 06:00:00 2018-09-06 08:21:17
“학생들은 핸드폰, 게임기, 전자사전 등 전자제품을 휴대할 수 없다. 칼, 방망이, 불씨, 만화, 소설, 공 등 물품을 학교 내에 반입할 수도 없다.” “짧은 바지와 스커트는 무릎 아래로 해야 하고 이상한 헤어스타일은 할 수 없다. 여학생은 화장도, 긴 머리도 안 되고, 머리에 장식품도 패용할 수 없다. 남학생은 개학 전에 표준형 머리로 잘라야 한다.”
 
허베이성 헝수이 중학교가 신입생들에게 보낸 신입생 주의사항 내용이다. 등교 시간, 입학 전 신체검사, 학생 생활에 필요한 여러 용품 등 신입생들이 기숙 생활에 필요한 여러 사항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해당 통신문은 최근 네티즌들의 논쟁을 유발했다. 기율 요구에 협력하지 않으면 기율 위반으로 조치하겠다는 특별 주의사항까지 부언돼 있어서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학생들에게 학교가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무슨 문제가 되는지 반문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핸드폰을 금지하고 여학생들에게 너무 짧은 치마를 입지 못하게 하는 게 정상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통일적인 교복을 입는다고 해서 학생들의 개성을 억누르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다수 네티즌은 학교의 조치가 매우 지나치고 때로는 불합리하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표준형 머리를 제시하고 그에 맞추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학생에게 스포츠형 헤어스타일을 요구하는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여학생들에게 긴 머리를 하지 못하게 하고 일률적으로 스타일을 정해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여기에는 ‘통일적으로 관리 받기’를 싫어하는 불편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
 
헝수이 중학교만이 학생들의 머리스타일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허난성 위저우시 제1고급중학교도 비슷한 규정을 들어댔다가 네티즌의 설전이 오간 적이 있다. 심지어 학교는 자신들이 정한 표준형 헤어스타일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교생활 전 기간 동안 학생을 통제하려는 학교 측과 학교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학생들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촉발시켰다. 물론 학교 측의 ‘요구’ 그리고 학교의 조치에 대부분 긍정적인 의사를 가진 학부모의 ‘권유’로 인해서 학생들은 표준형 스타일에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끝까지 고집할 수는 없다. 헝수이 중학교에서처럼 특별 주의사항으로 기율 요구에 협력하지 않으면 바로 기율 위반으로 처리한다는 살아있는 엄포 때문이다. 학교 입장에서 생각하면 학생들은 가르침의 대상이고 보호의 대상이지만 또한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학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그 아이디어가 존중받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통제’와 ‘관리’에 익숙한 사회시스템은 교육 현장에서도 그대로 용인되고 실행된다. 오히려 교육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보수성에 따라 창의적이고 창발적인 교육은 제한된 틀 내에서만 용인되고 허락된다. 교칙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사회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창의성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국은 ‘인재입국(人才立國)’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2013년 7월 중국과학원 시찰에서 관자 권수 편을 인용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일 년을 계획하는 데는 오곡을 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고, 십 년을 계획하는 데는 나무를 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고, 장대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사람을 길러내는데 있어서 가장 으뜸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충분히 발현하도록 법과 제도를 배치하고 사람을 격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통제’와 ‘관리’에 익숙하고 ‘질서’를 강조한다. 그 ‘질서’에 모든 사람을 맞추는데 익숙하고 그 선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창의적인 시각으로 볼 여유가 아직 없어 보인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기율’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다. ‘다름’이 그리고 그 ‘다름’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네티즌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 20세기 사고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가둬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jia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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