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이어지는 ISD 소송…글로벌 '먹잇감' 노출된 한국
전문가들 "미국과 분쟁 더욱 거세질 것…ISD 독소조항부터 개정해야"
2018-07-04 19:21:10 2018-07-06 09:28:52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지난달 금융당국이 주관한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이 패소로 확정되면서, 이미 한국 정부가 앞으로 해외 투자자의 '먹잇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깊어진 상태다. 특히 전문가들은 다국적 투자자가 몰려있는 미국과의 국제분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 FTA 등 국가간 협약에 포함된 ISD 독소조항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SD는 투자 유치국 정부가 투자협정 의무를 위반했을 때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해당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손해 배상을 요청하는 제도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등 전문성과 중립성을 검증받은 국제기구가 중재를 맡는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투자할 때 안전장치가 돼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국 정부나 기업이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다야니 가문과의 분쟁이 패소로 결론나면서, 앞으로 이어질 ISD 소송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다야니 ISD건은 정부도 당연히 승소를 예상했던 사안인데 예상치 않게 패소를 하게 돼, 아마 금융위도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며 "이렇게 된 이상 엘리엇이나 론스타같은 다른 분쟁들도 어떻게 될지 몰라, 정부가 좀 더 근본적인 대응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변 소속의 FTA 전무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각각의 ISD 내용이 다르고, 당사자도 다르기 때문에 이번 패소가 남은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면서 "특히 이번에 패소한 원인을 모르는 상황이라, 정부가 앞으로 ISD 대응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자가 한국 정부에 ISD를 제기한 건수는 현재까지 총 4건이다. 론스타(5조원), 엘리엇매니지먼트(7100억원)에 이어 지난 3일에는 메이슨캐피털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문제삼아 우리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분쟁건을 제외하고도 외국 투자자가 한국에 ISD를 청구하는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정부가 국제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SD 조항을 담은 한·미 FTA와 관련해 "높은 수준의 투자개방을 지향하는 FTA라, 미국 다국적투자자들이 제소하기 상당히 용이한 구조"라며 "앞으로도 소송이 많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 이란의 다야니 가문을 제외하면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한 기업은 모두 미국 기업이다.
 
과거에도 국가간 재협상을 통해 ISD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2011년 한·미 FTA 협상 당시부터 ISD 조항은 미국 투기자본이 우리 정부의 사법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공공정책마저 ISD에 제소될 수 있을 정도로 미국 측에만 유리한 독소조항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최 교수는 "ISD 조항을 개정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투자자의 범위를 줄이고, 론스타처럼 투기성 단기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ISD 제소 자격을 주지 않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지금에 와서야 이런 (패소) 결과가 나타나니 뒤늦게 사회적 이슈가 되고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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