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채용비리' 마무리 국면…"패러다임 전환 계기"
지주사 CEO들 혐의 벗어…'채용절차 모범규준'도 곧 확정
2018-06-17 16:20:58 2018-06-17 16:20:58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지난 8개월간 은행권을 휩쓴 채용비리 사태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 전·현직 시중은행장들이 법정에 서게 됐지만, 현직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조만간 확정되는 만큼 은행들이 악재를 딛고 인사문화를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갈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불구속 기소됐으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무혐의로 결론이 나오면서 해당 금융사들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걸려있는 상황이라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며 "기소된 직원들도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경우 혐의가 없어서 기소되지 않고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중에서 채용비리와 관련해 남은 건 신한금융지주 뿐이다.  신한지주는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제외됐다. 지난 5월에서야 수사참고자료가 이첩돼 다른 은행에 비해 늦게 수사가 시작된 탓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에 빠진 만큼 향후 수사 과정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은행권은 채용비리 악몽이 이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채용비리 사태는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은행권 전반의 뜨거운 감자였다. 시발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곧장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뒤이어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 5개 은행을 검사하면서 채용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 중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청년실업률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은행권 채용비리의 폭발력은 상당히 컸다. 국민들은 성별과 출신학교, 부정청탁에 따라 채용이 결정되는 불공정한 방식에 분노했다.
 
남은 관건은 현직 임원이 줄줄이 기소된 상태에서 은행들이 하반기 채용에 제대로 나설 수 있느냐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CEO 거취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점은 다행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소된 은행권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올 때쯤엔 채용비리에 대한 관심은 이미 대부분 사라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 역시 앞으로 사법적 판단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비리는 금감원에서 조사한 것이지만, 비리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결정 권한은 사법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채용비리 논란에 따라 신설된 채용 모범 규준이 곧 제정된다. 성별과 연령, 출신학교 등 지원자 역량과 무관한 요인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임직원 추천제 폐지, 필기시험 실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은행연합회가 이사회를 통해 모범규준을 확정하면, 하반기 신입 행원 공채에 일괄 적용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채용비리 사태에선 그동안 은행권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뤄졌던 관행이 문제가 된 게 대부분이었다"며 "앞으로 잘못된 인사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