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가상(암호)화폐시장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추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업비트 등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가 잇달아 수사 선상에 오르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규제도 진행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모습이다.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글로벌암호화폐 정보제공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비트코인(BTC) 한개 가격은 전날보다 1.95% 하락한 7317달러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7300달러 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12일 이후 약 한달 반 만이다. 같은 시각 시가총액 2, 3위인 이더리움(ETH)과 리플(XRP)은 각각 0.14%, 0.11% 하락한 585.41달러, 0.606311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대형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이날 오전 한때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804만원까지 하락하며 7거래일 연속 낙폭을 이어갔다. 지난달 11일 742만9000원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한 개 가격(업비트 종가 기준)은 이달 5일 1082만원까지 올랐지만 거래소 압수수색 등의 여파로 다시 하락 전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업비트를 압수수색했으며 현재 수색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업비트는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상화폐를 전산상 있는 것처럼 허위 충전하는 이른바 ‘장부거래’를 통해 투자자를 속인 혐의(사기·사전자기록등위작행사)를 받고 있다.
신규 가상화폐 상장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 15일 빗썸은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하는 가상화폐 ‘팝체인(PCH)’을 상장한다고 공지했지만, 코인 발행량의 상당수를 극소수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시세 차익 의혹과 투명성 논란을 빚었다.
빗썸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해 ‘팝체인’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련의 사태로 거래소에 대한 신뢰도에는 금이 간 상태다. 더욱이 정부 차원에서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규제와 압수수색 등 악재가 이어지며 시장의 위축도 심화된 모습이다.
5월2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 현황. 사진/업비트
글로벌 규제 움직임과 비관적 전망 또한 가상화폐 시세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중국과학협회 연간회의에 참석해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기술은 인류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은 거품이 아니지만, 오늘날의 비트코인은 거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닐 캐시캐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한 강연에서 "규제받지 않는 혼란과 늘어나는 사기로 인해 가상화폐 산업 자체가 하나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 법무부(DOJ, The Department of Justice)는 비트코인 시세 조작 등에 대해 전면 수사에 착수했으며, 영국 금융감독국(FCA) 또한 24개 가상화폐 관련 기업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투자자보호가 미흡하다고 지적했으며, DOJ는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푸핑(Spoofing)과 워시 트레이딩(Wash Trading)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신뢰도 제고를 위해 ‘자금세탁방지’ 등 자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빗썸은 북한을 비롯한 자금세탁 비협조국가(NCCT) 이용자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 ‘자금세탁행위 방지에 관한 규정’을 보완·개정해 오는 28일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코인레일은 해킹/사기사고, 명의 도용 등 법령 위반이 발생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있을 경우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기로 약관을 개정했으며, 코빗 또한 시세조정, 자금세탁, 불공정거래, 범죄행위 등에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거래 서비스를 제한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투명한 암호화폐 시장 조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규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거래소의 노력만으로 시장 회복을 이끌긴 어렵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건설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