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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 시대' 개막…구본준 퇴진은 '아직'
6인 부회장단, 구광모 보좌…‘징검다리’ 역할 구본준 부회장 “구광모 체제 안정화까지 소임”
2018-05-20 18:46:21 2018-05-20 18:46:21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20일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LG는 4세인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부장(상무)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구광모 시대가 열리면서 LG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집단 경영체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구 상무는 LG그룹 역사에 있어 가장 외로운 총수가 된다. LG는 구본무 회장 이전까지 국내 재벌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친족경영 체제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구 회장이 총수에 등극한 뒤 ‘아름다운 이별’ 등을 진행해 친족 대부분이 독립했다. 구 회장이 눈을 감을 때까지 그의 곁에서 힘을 보탠 형제는 구본준 LG 부회장 뿐이다. 구 부회장도 구 상무 체제가 안정화되는 대로 분가할 가능성이 높다.
 
할아버지 구자경 회장이 45세, 아버지 구본무 회장이 50세에 그룹 대권을 물려받은 것에 비하면 구 상무는 40세로 아직 어리고, 직책도 상무에 머물러 있다. 2014년 LG전자에 입사한 구본준 부회장의 아들 구형모 선임이 있긴 하지만, 구광모 상무와 경영을 논의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재계는 LG가 큰 동요 없이 구광모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 이는 LG의 독특한 경영 시스템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구본무 회장은 경영수업을 받을 때부터 향후 미래 경영의 근간을 ‘조직’이라고 보고, 총수 1인에 의존했던 기업 경영이 조직에 의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는 ‘총수일가’에서 ‘인재’로의 전환, 전문경영인이 주도하는 집단경영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전문경영인들에게 자신으로부터 경영관리 직능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라 생각지 말고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길러야 한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이들과 함께 99%까지 조직 운영체제를 완성했고, 구본준 부회장이라는 1% 여지는 남겨뒀다. 구 상무는 이제 남은 1%의 지원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구 회장이 아들에게 남긴 인재는 ‘6인 부회장단’으로 불리는 전문경영인들이다.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다. ‘60대 원로’인 이들은 최근 재계 전반의 세대교체 바람에도 불구, 오랜 야전사령관 경험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거두면서 지난해 말 인사에서 모두 자리를 지키거나 승진했다. 당장 구 상무가 다음달 29일 그룹 지주사인 ㈜LG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 총수 역할을 물려받게 되면 이들은 각 사업부문별로 개인교사 역할을 맡아 무난한 승계를 도울 것이란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하현회 부회장과 조성진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하 부회장은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로, 2006년 ㈜LG 시너지팀장(부사장) 재임 시절 구 상무를 휘하에 두면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때문에 그룹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략 기획을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구 상무가 당장 맡기엔 부담스러운 대외활동도 하 부회장이 대신할 수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간판인 가전 부활을 이끈 장본인이다. 영원한 라이벌 삼성전자를 이기는 등 실적 고공행진을 이끌면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조 부회장은 연구개발 분야에서 구 상무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구 상무의 현재 직책인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를 총괄하는 권순황 B2B사업본부장(사장) 등 LG의 젊은 경영진이 구 상무를 측근에서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가 지주사 등기임원에 올라 총수로서의 책임경영 의무를 수행하더라도 당장 사장이나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된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이 신사업과 전략기획 등 그룹의 미래 전략 마련에 역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ID사업부장을 맡은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와병 중이던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했던 구본준 부회장은 당분간은 과도체제에서 구 상무에게 ‘조언자’ 역할을 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계열 분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LG 관계자는 "구 부회장의 징검다리 체제는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기간은 알 수 없다. 구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고 안정화되는 대로 자신의 소임이 끝났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타 그룹에서 빚어졌던 경영권 다툼의 경우 LG만의 유교적 가풍과 지주사 체제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조차 제기되지 않는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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