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현대상선은 한국선박해양과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이하 VLCC) 5척 건조를 위한 금융계약 서명식을 지난 23일 개최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과 VLCC 5척에 대해 건조계약을 약 4억2000만달러(약 4700억)에 체결했다. 계약 6개월여만에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선박건조 금액은 정부의 해운산업 지원 정책의 하나로 조성한 '신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담겨 있다. 해양금융종합센터 회원사인 KDB산업은행이 간사 역할을 맡고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5개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해 국적선사의 초대형 선박신조 사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조성했다.
23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 금융계약 서명식'에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오른쪽)과 정익채 한국선박해양 본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현대상선 제공
조달 자금은 선순위 투자 60%, 후순위 투자 40%로 구성됐다. 현대상선은 건조 계약금액의 10%, 약 470억을 후순위 투자로 참여했다. 선순위 투자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시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다. 후순위 투자에는 현대상선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KDB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선순위에 대한 금융보증은 무역보험공사가 맡았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해운업과 조선업 간 상생 모델로 이어진 첫 사례로 주목을 받는다. 조선·해운업이 업황악화로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두 업종 간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2015년 하반기부터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하자 정부 지원 아래 국적선사들이 대규모 선박 발주에 나서며 조선업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조선업계는 자국 일감 확보로 수주절벽의 부담을 다소 덜었고, 국적선사는 선박 가격이 최저점일 때 발주를 진행해 향후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같은 시기 한국은 산업경쟁력 강화는 뒷전에 둔 채 재무건전성에 초점을 맞춘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에 집중해 두 업종간 상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이번 금융계약으로 국내 해운업과 조선업이 함께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며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해운회사로 성장시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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