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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패' 유영하 변호사…흔들리나
30억, 박 전 대통령 계좌로 되돌려 줘…법원에 선임계도 아직 안 내
2018-01-13 22:03:08 2018-01-13 22:58:0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30억원을 박 전 대통령의 계좌로 다시 입금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유 변호사는 지난 12일 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을 선고하기직전 자신의 계좌에 있던 30억원을 박 전 대통령의 계좌로 입금했다.
 
이 돈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삼성동 자택을 67억여원에 매각하고 내곡동으로 사저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 40억여원 중 일부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를 28억여원에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가 추징보전명령 선고 직전 30억원을 박 전 대통령 계좌로 입금함에 따라 검찰은 법원에 박 전 대통령 계좌를 대상으로 다시 추징보전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으로서는 동일한 절차를 또 한 번 반복하게 됐지만 유 변호사의 행위 자체가 검찰의 수사나 집행을 방해하는 위법행위는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유 변호사로서는 사인으로서 보관을 약속한 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유 변호사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발발했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며 최후까지 남아 있는 변호사다. 지난 2017년 1월11일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뒤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그는 “대통령은 대통령 이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후 변호인단을 이끌면서 박 전 대통령을 전면에서 방어해왔다. 탄핵심판 동안에도 대리인을 맡아 상당한 역할을 했다.
 
같은 해 10월16일,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법원이 인용한 것에 대해 ‘재판 포기’를 선언했을 때 유 변호사는 나머지 변호사 6명과 함께 일괄 사퇴했다. 그러나 이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호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 포기’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작전상 후퇴였다.
 
유 변호사도 이 재판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이상 본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재판 절차에 관여해야 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살기 가득한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고 말했다.
 
이랬던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되자 지난 4일 다시 방패로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 사정으로 순탄치가 않은 상황이다. 그가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변호사법 위반 문제가 불거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뇌물 수수혐의로 추가 기소되고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이 예상되면서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의 돈 30억원을 ‘장래를 포함한 사건 전반에 대한 수임료’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자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0명은 “변호사가 거짓 진술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변호사법 24조 2항)과 의뢰인의 범죄 행위에 협조해선 안 된다는 규정(윤리장전 11조)에 위배된다”며 유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진정했다. 이들은 또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포기’에 적극 협조했는지도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 변호사도 법원의 추진보정명령 선고를 예상했을 것”이라면서 “면탈에 해당하지 않지만 굳이 박 전 대통령 계좌로 돈을 다시 입금한 것은 현 상황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 4일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할 때 변호사 선임계를 냈지만, 같은 날 ‘국정원 뇌물’ 공소장이 접수된 이후 지금까지 법원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2017년 3월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유영하 변호사가 나와 차량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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