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박근혜의 '세월호'·문재인의 '포항지진'
입력 : 2017-11-16 14:15:39 수정 : 2017-11-16 14:58:29
#1. 2014년 4월 15일 저녁 9시경 6825t급 여객선 한척이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한다. 당일 자욱한 안개로 다른 선박들은 출항을 포기했지만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등 모두 476명을 태운 이 여객선만은 출항을 강행했다. 세월호 참사의 시작이었다. 이튿날인 4월16일 오전 8시49분경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급변침하며 침몰했다. 476명중 172명만이 구조됐다.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 등 5명은 아직까지 뼛조각도 찾지 못했다. “가만히 있어라”라고 했던 선장은 가장 먼저 도망갔고 국정책임자였던 대통령의 사고 발생 후 7시간 행적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검찰조사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밝혀진 것은 당시 정부가 오직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승객 구조에 뒷전이었던 선장과 선원처럼 정부 역시 끝까지 무책임한 모습으로 국민들을 배신했다. 국가가 구해줄 것을 믿었던 승객들은 이유도 모른 채 차가운 바다에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대통령은 탄핵된 박근혜다. 
 
#2. 2017년 11월15일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서울 시민들은 기상청이 발송한 긴급재난 문자를 통해 바로 지진을 인지했다. 문자가 전송된 후 지진의 진동은 서울에 도착했다. 지진 발생 당시에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 있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로부터 지진 상황을 보고 받은 대통령은 포항 지진 관련 회의 소집을 지시했고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회의를 했다. 그사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지진 관련 장관들에게 지진 피해 대응을 신속히 지시했다.행안부는 지진 발생 14분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 1단계를 가동시켰고 행안부 장관은 오후 6시10분 헬기를 타고 직접 피해지역인 포항을 방문해 피해사항을 점검했다. 그리고 이튿날 예정이었던 수학능력시험이 불가능하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은 수능 일주일 연기를 결정한다. 수능 연기에 대한 불만과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당일 아침 벽이 금이 가고 유리창이 깨진 시험장의 모습을 보며 또 수차례 이어지는 여진 소식을 접하며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정부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너무나도 빨랐던 재난 문자는 새 정부 들어 '국정과제'와 '대통령 지시사항' 등을 반영한 기상청의 개선작업 결과라는 사실은 고마울 뿐이다. 지금 청와대의 주인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바뀐 후 재난상황에 대한 대처방식도 변했다. 혹자는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정치인 한 명 나온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 중심',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6개월만에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수준으로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
 
무엇보다 연출과 시늉이 더 이상 먹히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국민들 덕이 크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부스스하게 연출된 머리로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말해 공분을 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금도 청와대에 있었다면 포항 지진 사태를 어찌 처리했을까? “지진 났다고 수능 정답 표시 못하는게 그렇게 힘듭니까”라고 떠들었을까? 아님 대통령을 찾으려고 7시간을 헤매고 다니지는 않았을까? 상상되는 모습이 그리 유쾌하진 않다.
 
원래 예정됐던 대통령 대선일을 한달 여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문득 깨어있는 국민의 힘이 새삼 강력하게 느껴진다.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시스템도 국민만이 바꿀 수 있다.
 
정헌철 중소벤처부장 hunchu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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