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은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부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전수조사를 통해 공익재단 출자를 통한 대기업의 '편법승계' 관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재산과 운영형태, 어떤 공익사업을 하고 있는지 등 세부적 실태를 파악한 후 위법과 규정 위반 정도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번 전수 조사는 최근 공정위 내에 신설된 기업집단국이 담당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정책간담회를 가진 후 "공익재단은 11월쯤 실태조사를 시작할 것 같다"며 "최종 프로세스를 마무리하려면 내년 상반기 정도는 돼야 한다"밝혔다.
김 위원장은 "상속·증여세법 등에 대해 공익재단 혜택을 줄 때, 이와 관련해 공익재단들도 주무부처가 다 다르다"며 "공정위가 하고자 하는 것은 각 부처차원의 규정 준수 여부 차원을 넘어서 각 그룹의 공익재단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갖고 있는지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재산이나 수익재산 규모, 그것의 운영형태, 수입의 발생, 그리고 그 수입으로 어떤 공익사업을 하고 있는지 등을 보겠다"며 "지금까지 각 주무부처가 최소한의 규정 위반 여부만 체크했던 것을 실질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전수조사는 일부 대기업과 오너들이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 등에 출자하는 방법으로 상속세와 증여세의 부담을 피하면서 해당 주식을 우호지분으로 활용해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법승계' 관행에 대해 집중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재단의 목적에 맞게 수입이 발생하고 그것을 운영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며 "조사를 통해 목적과 다른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사용이 드러난다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대기업들에게 개혁에 좀 더 분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시한을 정해 놓고 결과를 종용하기보다는 계속해서 개혁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초 간담회의 목적대로 정부의 강제적이 아닌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는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새정부 출범 6개월 내에 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경제와 재벌 개혁을 새정부 출범 6개월 내에 끝내겠느냐"라며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실패의 첩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저는 딱딱한 기준을 통해 마치 칼춤을 추듯이 기업개혁을 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하면 실패할 것"이라며 "조금 더디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끊임없이 보여드리고, 기업들이 그 방향으로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기업개혁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는 기업인들의 요청에 대해 그는 "시간을 주겠지만 너무 많이 주기는 어렵다고 답했다"며 "변화의 결과를 보여달라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장 결과물을 요구하진 않겠지만 변화의 의지를 계속해서 점검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첫 면담 이후 4개월 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업의 변화를 신뢰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업은 우리 사회의 어떤 조직보다도 변화의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변화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가장 많이 가진 게 기업이고, 거기에 대해 정부가 올바른 방향과 시그널을 주고 일관성 유지하면 기업은 충분히 변화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끝으로 국민들에게도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공정위가 우리 기업과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일이 어떻게 4개월 만에 되겠느냐"며 "공정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일관되게 예측 가능하게 갈 것이고, 그 변화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정책간담회를 가진 후 "공익재단은 11월 쯤 실태조사를 시작할 것 같다"며 "최종 프로세스를 마무리하려면 내년 상반기 정도는 돼야 한다"밝혔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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