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국감)정부, ‘소비자 피해’ 소비자원 제도개선 건의 묵살
소비자원, 부처별 정책건의…10건 중 4건은 회신도 못 받아
입력 : 2017-10-12 17:28:08 수정 : 2017-10-12 17:28:14
[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정부 부처들이 소비자 피해신고를 토대로 한 한국소비자원의 제도개선 건의 상다수를 묵살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0건의 건의 중 4건 이상은 아예 회신조차 하지 않는 등 소비자 권익 문제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한국소비자원에서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제도개선을 관계기관에 건의한 것을 각 정부부처가 묵살하는 것은 곧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이 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7년 6월 대정부 정책 및 제도개선 건의 현황’에 따르면, 대정부 건의 10건 중 4건이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회신율이 56%에 달하는 등 미회신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미회신율 73%로 소비자 권익 개선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이어 국토교통부 68%, 보건복지부 65%, 과학기술정보통신부 61%, 농림축산식품부 60% 순이었다.
 
사례별로 소비자원은 연금보험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피해 상담이 매년 700여 건씩 접수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신조차 못 받고 있다.
 
공유경제의 일환으로 카셰어링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와 비대면성을 악용한 무면허자·미성년자의 불법 대여 문제가 급증,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6월 국토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했으나, 묵묵부답인 상태다.
 
특히 과기부는 가계와 직결된 통신비 문제에 대해서도 소비자원의 건의를 무시했다. 소비자원은 지난 3월 이동통신3사가 청소년과 노년 계층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연령제한 요금제의 중도 해지 시 위약금(할인반환금)이 발생할 수 있고, 음성통화 요율이 일반 요금제보다 비싸게 운영되는 문제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과기부로부터 어떤 응답도 듣지 못했다.
 
또한 더치커피 안전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30개 중 커피 유형 3개 제품이 일반세균 기준치(1ml 당 100 이하)를 위반(최소 17배~최대 9900배 초과)하고, 그 중 1개 제품은 대장규군(기준치 ‘음성’)도 함께 검출되는 등 위생상태 불량을 확인했다. 이에 식약처에 더치커피 위생 및 표시 관리를 강화할 것을 건의했으나, 해당 부처의 외면으로 여전히 제도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각 정부부처의 무신경으로 사장되고 있는 대부분의 건의 과제들은 국민의 권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다.
 
부처로부터 회신이 왔다 하더라도 실제 정부 행정에 반영하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전체 373건의 건의 중 반영건수는 116건으로 31%에 그쳤다. 일부 반영이 14건(3.7%), 업무참고 66건(17.7%), 검토 중 18건(4.8%)이다.
 
홍 의원은 “공공기관에서 정식공문으로 건의한 내용도 이렇게 귀를 닫고 있는데, 일반 국민들의 민원 사항에 대해서 정부가 어떤 자세로 대응하고 있을지, 이로 인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부부처의 ‘문턱’은 또 얼마나 높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 권익 증진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면서 “소비자원의 대정부 정책건의에 대해서 각 부처의 회신의무를 부여해 정책 반영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배재정 국무총리비서실장 등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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