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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벤처붐, 선순환생태계 구축이 우선)①벤처투자, 이제는 빗장 풀어야
회수시장 활성화 시급…기업 아닌 조합·펀드 기준 법안도 필수
2017-09-28 06:00:00 2017-09-28 06: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탄생, 대규모 벤처육성정책의 예고 등으로 최근 들어 벤처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00년대 초와 달리 벤처투자가 거품으로 그치지 않고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려면 민간 중심, 투자자 중심의 벤처투자 회수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벤처기업이 살려면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고, 벤처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려면 회수시장 활성화가 필수다. 하지만 기업공개(IPO) 외에는 특별한 출구가 없다는 게 국내 자본시장의 현실이다. 특히 제4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은 낡은 규제가 자본흐름 경색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규제의 새 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벤처투자 회수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IPO로, 업계에 따르면 회수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코스닥 시장의 신규 IPO 기업수는 지난해 82개사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31개사가 신규상장했다. 벤처붐이 일던 지난 2000년 178개 기록에 비하면 시장의 활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 셈이다.
  
1996년 코스닥 시장의 처음 출범 당시 목표와는 달리 코스피 시장과의 차별성을 잃어가고 있는 게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코스닥 만의 매력이 살아나야 코스닥 IPO 또한 늘어날 수 있다. 박태근 벤처기업협회 실장은 "창업자 입장에서나 투자자 입장에서나 코스닥 IPO 시장이 많이 죽어있다. 코스닥 업체들은 기회가 되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코스닥 시장 특유의, 고조의 역동성을 찾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이 분리돼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무적 기준 외에 혁신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코스닥 특유의 시장성, 기술성을 살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자금회수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은 인수합병(M&A)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내 회수시장에서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5%에 그치고 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다양한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며 이른바 '개방형 혁신'을 표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을 매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곳은 결국 거대자본이 있는 대기업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M&A를 하는 데 제약이 다수 존재한다. 대기업의 M&A는 '문어발 확장'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부담요소다.
 
업계에선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혁신을 위한 전략적 M&A와 중소적합업종 침해 요소가 있는 M&A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태근 실장은 "벤처업계에선 이걸 오해라 보고 있다"며 "시장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M&A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며 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업 인수시 계열사 편입을 유예한다는가 법인세 감면해준다든가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법 제도 문제도 회수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히고 있는데, 이 문제는 풀기가 한층 더 까다롭다. 현재 벤처캐피탈은 사실상 투자업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이란 규제 안에 갇혀 있다. 벤처캐피탈이 출발 시기부터 벤처기업을 돕기 위한 도구로 인식된 까닭이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은 이미 창업지원의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다. 또 벤처캐피탈이 주로 조합이나 펀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회사 단위 중심으로 규제하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의 현재 틀 안에 가두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현행 법령 틀 안에서는 규제라는 게 사실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거의 다 풀렸기 때문"이라며 "현재 틀 안에서는 더 바꾸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국정 5개년 계획으로 기업투자촉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는데 새 틀을 만들 때 벤처기업의 경우 벤처펀드 중심으로 투자하는 현실에 맞게 다 세팅해야 한다"고 전했다.
 
새로운 업종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는 요즘, 산업 성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포지티브 규제(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에서 '네거티브 규제(사전허용·사후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상무는 "가령 에어비엔비 같은 경우 숙박업으로 봐야 하는지 IT로 봐야하는지 분명치 않다. 새 산업이 나올 때마다 투자금지업종으로 볼 것인가 말 것이냐의 문제가 매번 발생하는 격"이라며 "새로 규제의 틀을 바꾼다면 사양산업, 향락산업 같은 것들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네거티브 규제 식으로 가야 한다. 못하는 것을 아예 명확하게 빼고 나머지는 다 투자할 수 있도록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제2벤처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벤처업계의 선순환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벤처투자 회수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해외 벤처 투자자들이 한국 핀테크 기업의 기술을 설명듣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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