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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제의 만행 담아낸 영화 '군함도'…"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
2017-07-20 10:27:26 2017-07-20 10:27:26
[뉴스토마토 신건기자] 영화 ‘군함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CGV에서 열렸다. 그동안의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배급사 관계자가 몰렸다.
 
이날 언론사시회에는 류승완 감독, 배우 김수안,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도 참석해 영화 ‘군함도’의 완성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군함도’는 1945년 일제 강점기 당시,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군함도로 오게 되면서 겪는 고초를 다룬 영화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본군의 만행을 모두 담아내다
영화 ‘군함도’의 주 배경은 일본 나가사키현의 ‘하시마 섬’이다. ’하시마 섬’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돼 석탄을 채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감독은 ‘군함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 다루고 싶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은 강제징용 뿐만 아니라 위안부, 살인, 관동대지진 대학살 등 일본군이 저지른 모든 만행을 영화 ‘군함도’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특히 여성과 아이에게 저지른 만행은 '오말년'(이정현)과 '이소희'(김수안)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감독은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간략하게 연출의 수위를 조절해가며 역사적 사실을 작품에 녹여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군함도에는 ’착한 조선인’만 있던 것은 아니다
영화 ‘군함도’가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조선인을 착하고, 순박한 이미지로만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조선인을 팔아 넘기는 조선인, 일본군을 옹호하는 조선인,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일본군과 손을 잡는 조선인 등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작품 속에 구현했다.
 
영화는 '일본군'이라는 외부의 적과 '친일 조선인'이라는 내부의 적을 통해 인물간의 갈등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일제의 강제 징용으로 군함도에 왔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두가 동질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류 감독은 이러한 연출에 대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좋은 조선인, 나쁜 일본인들만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이어 "시대 배경 소재를 다룰 때 이분법적인 접근 방식은 오히려 왜곡하기 좋은 모양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수안의 재발견…송중기는 결국 ‘유시진’
영화 군함도에서 배우 김수안의 활약이 돋보인다. ‘소희’역을 맡은 김수안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눈빛과 표정연기를 잘 살렸다. 배역과 비슷한 연령대였기에 표현하기 더 수월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에 맞는 그 순간의 감정을 그 나이대의 배우가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김수안은 이번 작품에서 명실상부 씬 스틸러의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송중기는 ‘유시진 대위’라는 장벽을 벗어나지 못했다. 극중 '박무영'역을 연기한 송중기는 지난해 KBS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를 연기한 바 있다. 영화 ‘군함도’는 송중기가 전역 후 스크린에 복귀하는 첫 작품이기에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에서의 연기와 ’군함도’에서의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송중기와 촬영을 진행했을 때는 ‘태양의 후예’가 개봉하기 전”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하며 “송중기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매력들이 묻어나서 (유시진 대위처럼)느껴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는 하시마 탄광에서 희생당한 조선인들에게 받치는 헌정영화적 성격을 띤다. 일본은 하시마섬을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지만, "강제징용에 대한 내용을 고지하라"는 권고사항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오래전에 청산되었어야 할 문제들이 아직까지 유령처럼 떠돌면서 현재 미래까지 잡아먹고 있다"며 "이것을 빨리 해결을 해야만 과거를 빨리 정리하고 탈출해야만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류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면서 실제 역사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하며 "영화 '군함도'가 꼴보기 싫다고, 군함도의 역사에까지 안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군함도의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라고 말했다.
 
신건 기자 hellog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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