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첫 검찰총장으로 문무일(
사진) 부산고검장을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 최대 과제인 검찰개혁을 맡길 최적격자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12년만의 호남출신 검찰총장 지명으로 지역 안배 의미도 있다.
우선 문 고검장은 이른바 ‘정통파 검사’로서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로 꼽힌다. 친화력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지만 공과사가 분명하다는 평이 많다. 문 대통령과 문 고검장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검사 생활을 25년간 했으면 흐트러질 만한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손색없는 리더지만 ‘형님 리더십’과는 또 거리가 멀다. 이런 점이 원칙을 중요시 하는 문 대통령과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고검장의 지명은 검찰개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검찰 달래기라는 포석도 깔려 있다. 애초 검찰개혁을 공언한 문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에만 해도 검찰총장은 개혁성이 강한 재야 법조인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상위직인 법무부장관을 비검찰 학자출신을 기용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이러저러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지방의 한 검사장급 인사는 검찰총장 천거 당시 “개혁의 필요성과 정부의 취지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학자출신 장관에 총장마저 외부인사가 맡는다면 개혁 움직임에 수긍하는 검사들을 자극할 수 있다. 내부 승진 기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정성진 국민대 교수) 회의에서는 현직 변호사 또는 여성 후보를 추천하자는 의견과 현직 검사를 추천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갈렸었다. 결과적으로 변호사 활동은 안 하고 있지만 현직 검사가 아닌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와 여성인 조희진 의정부지검장을 추천하는 의견과 균형을 이뤄 문 고검장과 오세인 광주고검장이 함께 추천됐다. 조 지검장은 여성이지만 역시 현직 검사장으로, 현직 인사가 4명 중 3명이나 추천된 것은 검찰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고검장 지명은 검찰개혁 중요 과제인 인사혁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 고검장과 함께 유력한 후보자였던 조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19기로 후보자 제청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검찰 조직문화 특성상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윗 기수들은 물론, 연수원 동기들도 모두 옷을 벗는데 조 지검장과 19기 동기와 그 윗 기수들로 검찰에 남아 있는 고위검사들은 총 18명이다. 현직 일선 지검장과 고검장, 검찰 수뇌부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사퇴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을 지나치게 흔들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문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검찰 고위간부들 중에서도 고참격이다. 그 위로는 17기 박성재 서울고검장과 김희관 법무연수원장 2명 뿐이다. 동기들도 7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어 이들이 모두 검찰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조직 내 인사충격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의 이탈을 최소화함으로써 검사장 진급도 자연스럽게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 고검장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한 것 말고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때문에 시민단체나 재야법조계에서는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전현직 검찰출신 법조인들은 문 고검장이 지명될 것을 대부분 예상하고 있었다. 문 고검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자로 천거됐던 고위 검찰출신 변호사는 “지금 정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예상했던 대로다. 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고검장과 함께 경합했던 오 고검장은 공안통으로 분류돼 문재인 정부 색깔과 잘 맞지 않고 지휘자 보다는 참모형에 가깝다는 의견들이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오 고검장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 때 검찰개혁 부분에 참여한 데 이어 대검 중수부를 없애고 일선 청 특수 수사 지원 부서인 반부패부 탄생에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다. 또 초대 반부패부장으로 일하면서 반부패부 안착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함께 문 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개혁에 상당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조직 장악과 안정으로 개혁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 우선 과제다. 개혁과제로 지목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경수사권 조정 등 대부분 과제가 수사권과 검사장 자리 축소 등 검찰의 기득권을 내놔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땅에 떨어진 검찰 사기를 진작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여서 문 고검장이 어떻게 역할을 수행해 나갈지가 주목된다. 5개월이나 적체된 검사 인사가 당장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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