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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지지율 10% 근접, 심상정의 힘!…문재인 '비상'
TV토론회 통해 지지율 급상승…문 통합행보 반사이익도…'진보분열' 프레임은 걸림돌
2017-04-26 17:59:52 2017-04-26 18:00:1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TV토론회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막바지 대선레이스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당초 목표했던 대선완주와 두 자리 수 득표율 확보 수준을 넘어 대선 결과도 좌우하는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26일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보도한 여론조사(24~25일 실시)에서 심 후보는 8%의 지지율로 4위를 기록해 5% 벽을 돌파했다. 1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0.4%) 2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6.4%)와의 격차는 크지만 3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10.8%)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5위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5.1%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 후보의 약진 원인은 무엇보다 TV토론회에서 보여준 능력이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3%대 수준이었던 지지율은 토론회가 본격 시작되면서 상승기류를 탔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는 ‘TV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로 27.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TV토론의 효과는 유세 현장에서도 체감된다. 25일 심 후보의 울산 호계시장 유세에서 시장 상인들은 “TV에서 봤다. 똑똑하고 말 잘하데”라며 환영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토론효과 외에 ‘문재인의 우측 시프트’로 심 후보가 치고나갈 공간이 열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이념지형도로 보면 가장 왼쪽에 심 후보가 있고 그 오른쪽으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홍준표 순으로 위치한다.
 
지금까지는 ‘정권교체’의 깃발을 든 문 후보가 진보진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문 후보가 중도보수표 공략을 위해 보다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심 후보에게 진보진영 지지율이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날 JTBC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군 동성애 문제가 심각한데 동성애에 반대하는가”라고 질문하자 문 후보는 “반대한다. (동성혼)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분히 보수진영 표심을 의식한 태도다. 그러나 심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성정체성은 말 그대로 성정체성이다. 성소수자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며 선명성을 드러냈다.
 
당장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긴급 성명을 내며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고, 현장 기습시위를 하기도 했다. 반면 정의당에게는 지지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당 관계자는 “어제 토론 이후 당사에 격려와 후원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며 “모든 당직자들이 정신없이, 그러나 감사한 마음으로 전화에 매달리고 있다. 후원금이 평소의 4~5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당원가입하신 분들의 수는 평소 한 달치에 맞먹는다”고 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진보진영에서 성소수자 인권문제는 민감한 문제인데 문 후보가 홍 후보에게 말려든 것 같다”며 “홍 후보가 자신의 보수성향을 강조하기 위해 문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문 후보가 보수층을 의식하는 대답을 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균열시키고 논란을 만든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 반사이익을 ‘진보의 깃발’을 들고 있는 심 후보가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심 후보의 지지율이 당분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앞으로 두 번의 TV 토론회가 남아있다. 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도 호재다. 진보성향 후보를 선호하지만 ‘심찍안’(심상정 찍으면 안철수 된다)의 공포로 상대적 진보성향인 문 후보에게 ‘전략적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들이 심 후보에 ‘소신 지지’를 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다만 ‘야권분열’로 인한 패배의 기억과 ‘사표방지 심리’가 막판 심 후보 지지율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지난 2010년 6·2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새누리당(현 한국당) 오세훈 후보에게 0.6% 포인트 차로 석패했지만 독자노선을 고수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후보가 3.3%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또 2014년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노회찬 후보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929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 역시 야권분열로 인한 패배였다.
 
심 후보는 이날 울산 유세에서도 “이번에는 대통령 한 명을 바꾸는 선거가 아니다. 이미 정권교체는 되어 있다”며 “대세에 의존한 표가 진짜 사표다. 심상정이야말로, 대한민국 개혁의 상징이고 지표다. 심상정의 지지율이 낮으면 다음 대통령 누가 되더라도 촛불을 쉽게 외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자신에게 투표해도 선거에 패배하지 않고, 표도 사표가 아님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울산 북구 호계시장에서 시장 상인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울산=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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