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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 태극기 위에서 춤추는 사람들
2017-02-24 06:00:00 2017-02-24 06:00:00
최용민 정경부 기자.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태극기의 출렁거림이 예사롭지 않다. 어릴 적 태극기는 나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태극과 4괘에 담긴 의미가 어린 나에게 신비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태극은 유학, 특히 성리학에서 모든 존재와 가치의 근원이 되는 궁극적 실체를 의미한다. 여기에 건곤감리 4괘는 하늘과 땅, 태양과 달을 상징한다고 하니 세상의 이치를 궁금해 하던 어린 나에게 신비롭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여전히 이 태극기의 신비로움 앞에 맥을 못추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다. 태극기는 보통 애국심을 상징한다. 태극기를 펄럭이며 애국을 주장하는 국민 앞에 누가 욕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 애국심이라는 것이 참 애매하다. 구체적인 형상이 없어 무엇을 애국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런지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근대 이전에는 나라님에 대한 충성을 애국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오류는 근대를 지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다가오면서 광장의 태극기 물결도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오는 분들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중에는 분명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정권을 동일시하는 오류는 버려야 될 전근대적 잔재임은 분명하다. 태극기를 든 손이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손인지 박근혜 정권을 걱정하는 손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우리 후손들에게 전근대적 유물을 보물인 양 넘겨줘서야 되겠는가.
 
사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보다 비난 받아야 할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생존 기반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태극기 물결이 출렁이자 국정농단 사태 이후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있던 정치인들이 다시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다. 이름을 거론하기도 거북스러운 인물들이 태극기 위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추고 있다.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매섭게 달려드는 그들에게 반성이란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의 말을 빌려 설사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실을 몰랐다 한들 ‘꼭두각시’가 죄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정작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무게감은 어느 순간 낙엽보다 가벼워진다. 더욱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국정 공백의 대혼란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대통령을 만들었던 친박계 의원들이다.
 
집권당인 자유한국당도 반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태극기가 휘날린다고, 지지율이 오른다고, 그들은 ‘반성모드’를 ‘반격모드’로 전환했다. 아니 사실 무엇을 반성했는지 모르겠다. 친박계 의원 3명에 대한 당원권 정지를 인적쇄신이라 부르짖고, 당 이름 하나 바꿨다고 쇄신했다 외치고 있다. 
 
반성이란 자기 자신의 상태나 행위를 돌아보는 일을 말한다. 자유한국당과 친박계 의원들은 자신의 상태나 행위를 얼마나 돌아봤는지 궁금하다. 반성을 했다면 그 이후가 중요하다. 반성 전과 반성 후는 명확하게 달라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최근 모습은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태극기를 앞세워 또 다시 안보몰이에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친박계 의원들은 태극기 위에서 춤추려 하지 말고 이제 태극기를 국민 전체에게 돌려줘야 한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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