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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계부채 인식 안일, 지원책도 미비"
지상욱 "금리인상 시 가계부채 충격파 클 것"…서민금융진흥원 역할에도 의구심
2016-10-06 16:49:42 2016-10-06 16:49:42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가계부채 총액이 1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고, 마련된 서민금융 지원책에도 맹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은 6일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 수가 2012년말 333만명에서 올해 6월 기준 369만명으로 증가했다”며 “채무금액도 같은 기간 308조7000억원에서 400조2000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에 현실화되면 채무자들의 이자부담이 늘면서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청와대 여·야 3당 대표 회담에서 “가계부채 양은 늘었지만, 질은 좋아지고 있다”며 반박한 바 있다. 가계부채 문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설명을 빌리자면 ‘상환능력이 양호한 소득 4~5분위 가구의 가계부채 비율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금융자산이 부채액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관리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상환부담이 고소득층 가구보다 가난한 가구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며 금융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심 대표가 한국은행이 제출한 ‘소득분위별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부채를 지고 있는 가구의 DSR은 2012년 16.3%에서 지난해 23.2%로 올랐다. 100만원을 벌었을 때 빚을 갚는데 쓰는 돈이 16만원에서 23만원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중 저소득층에 속하는 소득 2분위의 DSR이 15.6%에서 26.6%로 오르면서 다른 계층의 상승율을 압도했다. 특히 자영업자 소득 2분위의 DSR이 19.6%에서 33.4%까지 늘면서 위험수위(40%)에 육박했다는 것이 심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가계부채에 대한 대통령 및 정부당국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며 “금리인상의 충격이 경제와 서민들에게 최소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적은 서민이 대부업체·캐피탈사 등에서 대출받은 고금리 대출을 국민행복기금의 보증을 통해 시중은행의 저금리대출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지원실적은 거꾸로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서민 과다채무 해소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바꿔드림론 지원실적이 2013년 6226억원(5만7000여건)에서 지난해 1256억원(1만건)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대부업 대출잔액이 2013년 10조160억원에서 지난해 13조2452억원으로 증가한 가운데 정작 이자율 경감을 위한 지원실적은 급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23일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한 맞춤형 지원을 공언하고 있다. 바꿔드림론과 햇살론, 미소금융 등 기존 ‘4대 서민 정책금융상품’을 하나로 통합한 진흥원을 통해 서민들에게 유기적인 금융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진흥원 설립 기념식에서 “패자부활전 성공의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진흥원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내고 있다. 더민주 제윤경 의원은 “진흥원이 금융권의 ‘원스톱 채권회수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진흥원장을 채권자(금융기관) 중심으로 구성된 신용회복위원회의 김윤영 위원장이 겸임하고, 자본금(200억원)도 이들 기관이 출자한 돈으로 마련된 상황에서는 서민의 이해와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 의원은 “신복위를 놓고 일부에서는 무리한 채권 추심을 호소하며 ‘사골국물위원회’로까지 부르는 상황”이라며 “잘못 끼워진 단추를 계속 고집하기보다는 서민금융에 있어 중앙·지방정부와 금융기관의 역할을 구분하고, 지자체 중심의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육성하는 등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진흥원 출범식에서 재원마련에 참여한 각 금융기관장들이 MOU 증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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