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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시대 열린다)①악성채무·고금리 해결사 온다
서민금융진흥원 23일 출범, 대출·상담·일자리 등 원스톱 지원
채무탕감 비율 높이고 신용등급 높여 금리 부담 낮춰
채권추심 규제 강화 등 채무자 보호…"수요자에 따라 유연하게 변해야"
2016-09-08 06:00:00 2016-09-08 06:00:0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는 한 달 월급으로 이자도 못 갚을 지경에 이른 서민들의 재활을 돕고자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금융사들의 직간접인 압박을 통해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프로젝트 상품이나, 중금리 대출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고금리와 악성 채무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서민금융 상품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올해 들어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중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이 대선이라는 정치권 빅이슈가 있어 사전 민심잡기도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금융당국이 총대를 멨다. 정치권 이슈에 상관없이 경제 피라미드의 제일 밑단에 있는 저신용 저소득 취약계층은 보호하고 지원 해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쏟아지는 서민금융 정책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뉴스토마토>는 정부가 내놓은 서민금융 정책들을 분석하고 한시적 정책이 아닌 지속 관리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 
 
'서민금융생활지원법'에 따라 23일 '서민금융진흥원'이 서울 프레스센터에 자리를 잡는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하면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담당하던 햇살론과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여러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금융 버전의 백화점이 탄생하는 셈이다.
 
◇서민금융진흥원, 프레스센터에 둥지 틀어…원스톱 지원 개시
 
이전까지 소비자는 내게 어떤 금융 상품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미소금융재단, 시중은행 등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
 
이렇게 서민금융 상품이 흩어져 있다 보니 발품을 팔고도 상품 간 비교가 안 돼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거나 채무 탕감을 받기 어려웠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채무조정과 저금리 대출, 취업연계 등 복합적인 서비스를 받기도 쉽지 않았다.
  
가령, 자영업자 A씨는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바람에 채무를 제대 상환하지 못했고 결국 캠코로부터 채무 조정을 받았다. 급전이 필요했지만, 신용등급이 내려가 은행으로부터 외면당했고 사업이 망할 지경에 이를 때쯤 고금리 대출에 손을 대는 바람에 다중채무자란 낙인이 찍혔다. 신복위에 따르면 A씨처럼 빚에 시달리다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현재 연간 약 10만명 정도로 월별 7000~8000명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제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원스톱'으로 서민 금융상품을 비교·선택하고 신용회복 상담과 일자리 연계 서비스까지 받아볼 수 있게 됐다. A씨의 경우 채무조정과 저금리 자금 지원, 상업자금 지원 등을 상황에 맞게 연계해서 이용할 수 있게 돼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러한 원스톱 서비스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손과 발 격인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구축된 덕분에 가능해졌다. 이 센터에는 신복위, 미소금융재단, 캠코, 햇살론 취급기관 등 4개 기관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현재 27개의 통합지원센터가 운영 중이며, 연내 33개소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각각의 기관들이 지원 중인 사람의 데이터만을 지니고 있다 보니 연계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고, 개인은 일일이 기관을 찾아 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고 자금지원과 채무조정, 취업연계, 상업자금 지원 등을 연계하기 위해 진흥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원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면 개인이 금융정보를 얻기가 쉬워지고 자활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복위가 법정기구로 전환됨에 따라 채무조정 범위가 넓어진다. 시행령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신복위의 채무조정지원 협약체결 기관은 대부업체 100여개, 신협조합 350여개, 새마을금고 240여개씩 각각 늘어난다. 캠코와 보증기관, 자산유동화회사, 파산재단까지 합치면 총 1000여곳의 기관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채무감면을 받는 대상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대금리 적용·신용평점 가점 등 지원 활발…"수요자 중심 지원이 중요"
 
정부는 서민금융진흥원 외에도 서민·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지원을 확대하고 서민층의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먼저 캠코는 지난 7월부터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원금 탕감률을 최대 70%에서 90%로 높였다. 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주택금융공사도 정부의 서민금융 기조에 발맞춰 저소득 부부의 내집 마련에 힘을 실어주는 상품을 내놨다.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부부라면 주금공의 디딤돌대출을 통해 1%대의 금리로 최대 2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연 2%로 규정된 금리 하한선을 없애고 우대금리를 0.2%에서 0.5%로 확대한 덕분이다. 주금공은 오는 11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연소득이 7000만원 미만인 부부에게 이 우대금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신용등급을 높여주는 지원책도 운영되고 있다. 지난 1월 개인신용평가 개선안이 시행되면서 통신·공공요금도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소비자가 6개월 이상의 통신요금, 도시가스, 수도세, 전기세, 건강보험료 등 비금융 거래정보를 신용평가회사(CB)에 제출하면 납부기간에 따라 5~15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통신비와 건강보험 등을 납부한 실적을 등록해 신용등급을 7등급에서 5등급을 올린 3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올 하반기에 KCB·나이스신용평가와 함께 신용관리법, 비금융 정보 이용법 등을 담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불법 채권 추심을 강하게 규제하는 방침도 세웠다. 이에 따라 채무자가 채권추심법을 알지 못해 채권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지고, 대부업체의 채권 추심 모니터링은 강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가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서민 금융정책은 딱딱 정해진 상태로 나간 측면이 있는데, 이제는 수요자에 따라 유연하게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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