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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생색내던 정부, 부채 늘자 매매시장에 책임 전가
올 상반기 전세대출 증가율 10% 넘어…"전세대책 실패 책임 떠넘기기"
2016-08-30 15:30:04 2016-08-30 15:30:04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찍힌 집단대출 못지않게 전세대출 규모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정부가 치솟는 전셋값에 대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한도를 늘려주고 이율을 낮춘 결과다. 그렇다고 전세시장 안정화를 이끈 것도 아니다. 전세가격은 오히려 쉼없이 올랐다.
 
특히, 이번에 마련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는 매매시장이 그 책임을 떠안았다. 정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생색만 내고, 책임은 오히려 매매수요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집단대출 잔액은 12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110조2000억원과 비교해 11조6000억원, 10.5%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폭 2.8%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가계부채 주범으로 지적된 이유다.
 
하지만 전세자금대출 잔액 역시 빠르게 늘고 있어 집단대출 못지않게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45조2000억원에 이른다. 5월말 44조1000억원에 비해 한 달 새 1조1000억원이 늘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 2013년 말 기준 28조원 수준에서 2014년 35조2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41조원까지 폭증했다.
 
전세자금대출 상승폭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2%나 올랐다. 집단대출 증가폭(10.5%)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상승폭이 가파른 상황이다.
 
전세자금대출이 집단대출 못지않게 빠르게 늘며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대책 실패 책임을 매매시장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서민부담을 낮춰주겠다며 내놓은 전세 안정화 대책이 대부분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인하해 주는데 집중하면서 세입자들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시장이 안정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며 서민 부담만 키웠다.
 
실제 전세시장은 현 정부 들어 오름세가 멈춘 적이 없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2009년 3월 이후 무려 7년 4개월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차례 전세대책이 나왔지만 지난 2013년 초 현 정부 출범이후 3년 반 동안 전국 전세가격은 18.5% 올랐다. 서울 상승폭은 무려 26%에 달한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근본 해결책인 임대 공급 증대보다는 전세대출 한도 증가와 저금리에 따른 대출 금리 인하에 치중하며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한 결과"라며 "수요자들의 전세 보증금 한도가 올라가면서 결국 임차시장에서의 임대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부담을 느낀 전세수요의 탈서울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의 전세가격 안정화 실패에 따른 대출규모 증가는 가계부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책임은 고스란히 매매시장이 떠안게 됐다. 정부는 지난 25일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새아파트를 구입한 매수자들의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주범이라며 공급조절과 보증심사 강화 등을 통해 옥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전세대책은 결국 전세 공급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세대출 총액을 빠르게 늘어나는데 일조했다"며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 못지않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세대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집단대출 등 일부의 부담을 낮추는데만 몰두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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