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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갈길 먼 서민금융진흥원
2016-10-06 15:46:43 2016-10-06 15:46:4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불이 나면 119를 떠올리듯, 금융 지원이 필요하면 먼저 서민금융진흥원을 찾도록 하겠다.
 
김윤영 서금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서민의 눈높이에 맞게 지원을 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서민금융과 관련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포털이 되겠다"고 언급하는 등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 원장의 화려한 수사와 달리 서금원의 준비 상황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우선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작업이 시작조차 안된 실정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현재 전산은 수용할 능력이 안 돼 차세대 전산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사실 서금원 DB 구축은 지난 해부터 상담센터 전문가들이 핵심 과제로 강조해오던 부분이다. 이들은 기관 간 통합으로 시너지를 내려면, 제각기 취급하던 금융 상품을 한데 모으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누누이 지적했다. DB 구축이 안된 서금원은 신용회복위원회와 자산관리공사(캠코), 미소금융재단의 단순 결합일 뿐 아니라, 몸집 부풀리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DB 구축 지연으로 각종 서민금융 업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맞춤형 지원 및 상담'과 '수요자에 맞는 상품체계 개편', '지원 사각지대 해소' 등 서금원의 향후 계획은 하나같이 통합 DB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누가 어느 기관에서 얼마를 빌려가고, 약정 기간 설정은 어떠한지 파악도 안되는 마당에, 어떻게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역량도 도마 위에 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서금원의 수족으로서 금융 상담과 교육, 일자리 연계 등 실제 업무를 담당한다. 지난 2014년 11월 부천 센터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 33곳에 설립된 상태인데, 상담의 질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 온다. 상담이 서민금융 상품을 소개해 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고객 방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서금원 관계자는 "센터 방문율이 출범 초기 때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민 금융상품 통합 방안도 모호하다. 서금원은 미소금융과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 상품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데 나뉘어 있어 고객의 혼란만 가중시킨 면이 있다며 브랜드 통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복되는 기능을 일원화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나, 수요자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위해 상품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계획과 상충된다.
 
서로 겹치는 부분이 분명 있긴 하지만, 그동안 자영업자 창업 및 운영자금은 '미소금융', 근로자 생계와 대환자금은 '햇살론', 일반인 저금리 대환은 '바꿔드림론'이 담당하는 등 서로 역할이 나뉘어 있었다. 이러한 서민금융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면서 어떻게 수요자의 특성과 자금용도에 맞추고, 적정한 상품을 빠짐없이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서금원은 정부 퇴직 관료의 재취업 기관이란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 기관 간 DB 구축과 상담의 질 재고, 지원 상품 개편 등의 과제를 조속히 이행하지 않으면, 김 원장의 원대한 포부도 말의 성찬에 그칠 것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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