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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상식이 외면받는 사회
2016-09-28 16:00:00 2016-09-28 16:00:00
지난 2014년 야당 의원들의 단식투쟁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국회의원이다. G20국가 중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안지키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일갈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현재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단식농성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한다. 정세균 의장이 물러나든지 본인이 죽든지 둘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말바꾸기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거야(巨野)의 횡포를 바로잡고 의회주의가 의장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바로잡는 게 어떻게 무노동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28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전경련에서 단기간 770여억원을 모금한 데 대해 "세월호 때도 거의 900억원 모금을 금방 했다고 한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많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야당 의원의 단식은 무노동이고 여당 의원의 단식은 정치행위라는 그의 주장은 선뜻 와닿지 않는다. 국회의장의 편파성 논란이나 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가 집권당 대표의 단식투쟁을 낳을 정도의 중대사안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권 실세개입 의혹 사건과 국가적 비극인 세월호 사태를 동일시하는 것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단식농성 장소로 광장이 아닌 당대표실을 선택하고, 그것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것 또한 낯설기만 하다. “당 대표가 일반인처럼 길거리에서 단식할 수는 없다는 발언은 단식농성의 진의를 의심스럽게 한다.
그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의구심은 크지만, 그동안 여대국면에 익숙해 있던지라 여소의 현 상황을 못견뎌하는 것 아닌지 짐작만 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처지가 달라졌을 때 기존 입장을 손 뒤집듯 바꾸는 사례는 사회 지도층 전반에 만연해 있다.
최근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낙하산 논란 또한 그러하다.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면 후보들은 낙하산 관행을 근절할 것이라고 장담하곤 한다. 박근혜 정부도 그런 기대 속에서 출범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낙하산만 200여명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 없는 인사를 챙겨주기식으로 내려꽂으면서 직원들에게는 성과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겠다고 하니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사회규범을 가르친다. 거짓말하지 말고 약속을 지키라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식이 사회 지도층으로 갈수록 설 자리를 잃는다. 평범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볼 낯이 없다.
 
지난 28일에 있었던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을 중계하면서 현지 언론들은 후보들의 발언에 대해 팩트 체크를 했다. 그 결과 트럼프 후보는 무려 16차례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종차별적 발언과 막말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진작에 후보에서 낙마했을 것 같지만 그는 여전히 기세를 올리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을 미국과 전세계가 우려하는 이유다.
 
그나마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 사회가 그래도 유지되는 이유일 것이다.
 
손정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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