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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코엘료 언어로 재조명된 마타하리
파울로 코엘료 지음|오진영 옮김|문학동네 펴냄
2016-09-29 06:00:00 2016-09-29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나의 가장 큰 죄는 남자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27쪽)”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눈에 비친 마타하리의 외침은 강했다. 죄라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떳떳이 산 것일 뿐, 국가법을 위반한 죄는 없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스파이(문학동네)’에는 이처럼 마타하리의 내면 속으로 침잠한 코엘료의 언어가 짙게 배어 있다.
 
네덜란드 출신 마타하리(1876-1917)는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을 오가는 스트립 댄서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원하는 예술적 기량을 마음껏 펼치며 살고자 했던 자유분방하고 당당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세계 1차 대전 발발 후 각종 편견과 억측에 휩쓸려 이중스파이 혐의로 스러진 비운의 여성이기도 했다.
 
소설은 마타하리가 총살당하는 장면으로 시간적 구성을 되감으면서 시작한다. 1917년 10월15일 새벽 파리 생라자르 교도소의 사형대로 향하는 과정에서 마타하리는 자신의 변호사에게 쓴 편지를 건넨다. 과거 삶과 순간순간의 심경이 독백 형태로 담긴 이 편지는 소설 중반까지 마타하리 일대기를 촘촘히 구성해나간다.
 
부모의 파산과 죽음,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겪는 어린 시절부터 동양의 이국적인 춤으로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프랑스 파리의 생활, 여러 국가를 오갔다는 이유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이중 스파이 혐의로 몰려 죽음을 당하는 순간까지 한 여성의 삶에 담긴 희로애락이 펼쳐진다.
 
각각의 일화에서는 코엘료가 언제나 당당했던 마타하리를 대변한다.
 
자신의 자유에 대한 기갈을 해소시켜준 춤과 관련해서는 “나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자 여자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마타하리로서 일평생 생각하고 행동해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야.(75쪽)”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또 이중스파이 혐의에 대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부분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양국이 꾸며낸 거짓말을 헤아려주세요. …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는 가장 큰 죄를 저지른 한 여인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모아 거짓을 꾸며댔습니다(161쪽)”라고 거세게 반론하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변호사가 마타하리 사형 전날 작성한 편지도 소개된다. 코엘료는 변호사의 입을 빌려 “여자라는 죄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는 더 큰 죄로, 대중 앞에서 옷을 벗었다는 막중한 죄로(197쪽)” 명백한 증거가 없었음에도 총살을 당해야 했던 부당함을 직접적으로 고발한다.
 
마타하리에 관한 기밀문서와 편지, 관련 서적 등을 토대로 소설 전반에서 화자를 넘나들며 곳곳에 자신의 시각을 배치시킨 파울로 코엘료. 그의 언어는 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지 100주년을 맞이한 마타하리의 삶을 균형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돌아보기에 더없이 충분하다.
 
책 '스파이'. 사진/문학동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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