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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아기 울음소리 끊어진 시골, '데드 크로스' 현실화되다
산부인과 자리에 요양병원 들어서…2030 젊은여성 없는 마을도 많아
2016-08-03 15:19:06 2016-08-03 15:37:38
“ 마을에서 갓난 아기 울음소리 들어본지가 몇 년 된 것 같네요. 예전엔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들렸다고 하던데….”

지난달 27일 강진군 대구면 남호마을 회관에서 만난 주민 박(38)씨는 마을 주민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마을에선 탄생의 기쁨보단 사망을 알리는 비보가 더 잦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선 지난 2014년 초 아기가 태어난 이후 갓난 아이 울음소리가 멈췄다. 남호마을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옆 마을인 항동·난산 마을은 지난 1996년·1998년 이후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들린 적이 없다.
 
이처럼 농촌지역 신생아 출생율이 바닥에 가까워 지면서 도시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상상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상태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이 사망자만 늘고 있는 시골 마을이 많은데 언젠가는 마을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전라남도다. 전남은 지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데드 크로스’ 현상이 빚어진 전국 유일무이한 광역단체다.
 
지난달 말 기준 전남도와 통계청의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남은 지난해 1만6500명이 사망하고 1만5100명이 출생해 양자간 격차는 1400명에 달했다. 전국적으론 27만5700명이 사망하고 43만8700명이 출생했다.
 
이 같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아직까지 전국적인 추세는 출생아 수가 사망자보다 훨씬 더 많다.
 
지난 3년 연속 ‘데드 크로스’ 현상이 나타난 지역은 전국 광역단체 중 전남이 유일무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3년 사망자 1만6332명·출생아 1만5401명(격차 931명), 2014년 사망자 1만6053명·출생아 1만4817명(격차 1236명) 등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경우 사망자와 출생아 수 격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 오취리 마을. 한 노인이 홀로 고추를 말리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고흥군의 경우는 소재 마을 515곳 중 169곳은 20살부터 39살까지 가임기 여성이 2명 이하고, 1명도 없는 곳도 41곳이나 될 정도로 젊은 여성들의 탈농촌 현상도 심각하다. 
 
이는 전남이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초고령화·저출산 심화지역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사망자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 광역단체가 자칫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선 주민등록상 인구늘리기 등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주거환경·자녀 양육 및 교육여건, 문화와 여가시설 개선 등 만 20∼39세 가임 여성 인구유입을 위한 정부-지자체의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외지기업유치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지역의 현실에 맞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지역의 경우 지자체 가운데 6곳이 유소년 인구보다 노인 인구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평군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이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인구 1252만2000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31만8000여 명, 15세 미만 인구는 190만6000여 명으로 고령화지수는 69.19다.
 
고령화지수는 65세 이상 인구를 14세 이하 인구로 나눈 비율을 말하며 고령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시군별로는 가평군이 전체 인구 6만8008명 중 65세 인구가 1만3350명, 15세 미만 인구가 6697명으로 고령화지수가 무려 199.3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기 전국 고령화지수 94.1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가평군 외에도 연천군(190.76), 양평군(178.41), 여주군(133.93), 포천시(125.08), 동두천시(114.80) 등 5개 지자체 고령화지수가 100을 넘었다. 65세 이상 노인이 15세 미만 유소년보다 많은 것이다.
 
반면 오산시(38.74)와 화성시(40.37), 시흥시(48.67), 수원시(55.16), 안산시(56.62) 등은 상대적으로 낮아 ‘젊은 도시’로 나타났다.
 
고흥=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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