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북중 '훈풍' 한중 '냉풍'…ARF 무대서 확인
2016-07-25 18:07:49 2016-07-25 18:07:49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동북아 정세 변화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훈풍이 불었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리용호 북한 신임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5일 ARF를 계기로 2년 만에 만나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 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 대변인'이라는 직함으로 자신을 소개한 북측 관계자는 "방금 조중(북중) 두 나라 외무상 접촉이 있었다. 이번 접촉은 두 나라 사이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두 나라 외무상들이 조중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토의했다"고 브리핑했다. 
 
이 관계자는 핵 문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의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으나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토의했다고 말한 만큼 양국의 관계 진전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는 왕 부장이 리 외무상에게 "취임한 것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했고, 리 외무상이 "축전 보내주신 것 감사히 받았다"고 화답하는 등 친밀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사드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맞부딪쳤다. 
 
왕 부장은 24일(현지시간) 밤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양국)의 호상(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왕 부장은 "우리가 동료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중관계 수호를 위해 한국 측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하며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한국 측의 향후 계획을 캐묻기도 했다. 
 
윤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로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했으며 이는 책임 있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추신지불, 전초제근'을 인용해 문제의 원인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있음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또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의 성어인 '봉산개도 우수탑교'를 인용해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4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