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국가대표선발규정을 개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고 이에 대해 박태환 선수 측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중재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박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제 박태환 국가대표 선발 논란은 본격적인 법적 분쟁의 국면으로 들어갔다. 박태환 선수 CAS 중재사건을 둘러싼 여러 쟁점에 대해 대한체육회 측과 박태환 선수 측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고 언론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가급적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양측 주장의 당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해 편의를 위해 문답식으로 한다.
Q. 박태환 선수 측은 박태환 선수 사건의 CAS 중재판정은 국내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대한체육회 측은 그와 같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합니다. 누구 말이 맞나요?
A. 정확히 말하면 대한체육회 측의 주장이 맞습니다. CAS와 같은 외국 또는 국제 중재기구의 중재판정 중 국내 「중재법」과 우리나라가 가입한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이라고 합니다)에 따라 뉴욕협약의 적용을 받는 중재판정은 국내에서 그 승인 및 집행이 보장돼 국내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집행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뉴욕협약의 적용을 받는 중재판정은 당사자 사이에 중재합의가 있는 사건의 중재판정이어야 하고(제4조 및 제5조), 우리나라가 뉴욕협약에 가입하면서 국내법상 상사상의 것이라고 간주되는 법률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분쟁에 한하여 적용할 것을 조건(선언)으로 했기 때문에(제16조제2항) 상사상 분쟁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박태환 CAS 중재사건은 박 선수와 대한체육회 사이의 중재합의가 없고 국내법상 상사상 법률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분쟁이 아니므로 그 중재판정의 집행력이 바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결국 민사소송법과 강제집행법에 따라 국내법원의 승인과 집행판결을 받아야 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박태환 선수 CAS 중재사건의 중재판정은 국내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Q. 한편 대한체육회는 CAS가 박 선수 측의 손을 들어준 CAS 중재판정을 내려도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는 반면에 박 선수 측은 이를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A. 정확히 말하면 CAS 중재판정을 따를 의무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것보단 CAS 중재판정이 대한체육회에 대한 구속력, 즉 집행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위에서 본 것과 같이 CAS 중재판정이 국내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법적으로는 CAS 중재판정이 바로 대한체육회에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한체육회가 CAS 중재판정에 따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반도핑기구(WADA)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이행할 수 밖에 없다라는 점에선 대한체육회가 따라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겠죠. 그런데 박태환 CAS 중재사건에서 대한체육회가 제소 요건과 절차 위반을 지적할 문제가 있어 CAS 중재판정부가 박 선수 측의 손을 들어준 판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대한체육회는 CAS 중재절차 규정상 절차규정 위반을 이유로 중재판정의 취소를 스위스법원에 구할 수 있는 등 그 이행을 거부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Q. 리우올림픽 수영종목 엔트리 마감일이 7월 18일인데, 과연 그 안에 CAS 중재판정이 내려질 수 있을까요? 박 선수 측에선 CAS가 신속히 절차를 진행해 곧 중재판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A.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CAS 중재절차 규정에는 절차진행과 관련한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당사자의 서면 제출 기한이 대표적인데요. 그런데 이 기한은 관련 당사자의 이익이 걸려 있는 것으로 당사자의 요청으로 연장할 순 있으나 CAS가 임의로 단축할 수는 없습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박 선수 측의 항소이유서(appeal brief)를 CAS로부터 송달받은 후에 21일 안에 답변서(answer)를 제출해야 하는데, 박 선수 측은 현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양측의 서면을 제출받고 심리절차에 들어가는데, 심리에서 중재판정이 내려지기까지는 통상 3개월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7월 18일 이전에 CAS 중재판정이 내려지기는 물리적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CAS 절차규정상 중재판정에 앞서 임시처분(provisional measures)으로서 양측의 이익을 형량하여 결정하는 예비구제(preliminary relief)제도가 있습니다. 박 선수 측도 이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건의 성격상 CAS 중재판정부가 박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라는 예비구제 결정을 할지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와 같은 결정이 있다 하더라도 박 선수 측으로선 문제가 대한체육회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이 마땅찮은 것입니다.
Q.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선발규정의 문제조항이 이중처벌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이와 관련하여 박 선수측과 대부분의 언론은 심리에 들어가면 국가대표선발규정은 무효이며 박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라는 중재판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A. 국가대표선발규정 문제조항과 비슷한 내용의 IOC ‘오사카룰’, 영국올림픽위원회(BOA)의 대표선발규약과 관련한 CAS 중재사건에서 중재판정부가 관련 규정을 이중처벌이라고 한 판정취지에 비춰보면 대한체육회가 이유있는 논리 내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국가대표선발규정 문제조항은 이중처벌로 무효의 판정을 받은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번 박태환 중재 사건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중처벌이 맞느냐 아니냐는 문제에 앞서 박 선수 측이 제기한 중재신청(제소)가 CAS 절차규정상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후 대한체육회가 답변서에서 이를 주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약 CAS 중재판정부가 제소 적법 요건과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CAS 중재판정부는 국가대표선발규정의 이중처벌 판단에도 불구하고 박 선수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 CAS 사건에서 절차상 문제로 인해 신청인의 제소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건도 제법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중재판정에서 박 선수의 국가대표선발 결론을 이끌기 위해서는 국가대표선발권자인 대한수영연맹에 대한 중재판정이 내려져야 하는데, 대한수영연맹 정관이나 규정에 CAS 규정상 제소 요건의 하나인 CAS 중재절차 근거 조항이 없습니다. 따라서 CAS 중재절차규정상 대한수영연맹은 제소의 상대방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수영연맹이 이점을 밝히고 CAS 중재판정부가 이를 인정하면 대한수영연맹에 대해선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Q. 박 선수 측은 국내 법원에의 가처분도 고려한다고 합니다. 국내 법원의 가처분으로 박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까?
A. 가처분이 받아들여지기 위한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라는 요건이 입증(소명)된다면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본안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박태환 선수의 국가대표선발 논란과 관련하여 박 선수 측에서 어떠한 가처분 신청취지로 할 것인지에 따라서 리우올림픽 출전으로 연결될 것인지 알 수 있고 신청취지에 따라 위 두 요건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실제 가처분 절차에서 이와 관련한 양측의 법리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가처분이 박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 문제를 해결할 지는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3차 이사회 현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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